국회 지금까지 왜 겉돌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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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몸싸움과 휴회만을 번갈아 하던 「못생긴 국회」가 1일 다시 본회의를 연다.15대 원(院)구성을 위해 소집된 이번 임시국회의 회기는 4일로 끝이다.근 한달을 허송한 셈이다.그동안 민생현안들은 정치싸움에 뒷전으로 밀려난체 외면당했다.
국회의원들은 몸싸움과 욕설의 구태를 답습했다.국민이 15대 국회에 걸었던 새정치에의 기대는 정치지도자들의 대권놀음에 희생당해야 했다.국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있는 걸까.그동안의 여야 싸움의 본질을 벗겨본다.
지금 국회문을 여는 확실한 방법은 바로 3金의 결단이다.현재의 정치역학상 3金이 『열자』고만 하면 국회는 정상화되게 돼있다.아마도 이같은 가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30일에도 3당총무들은 『우리가 임의로 할수 없다』며 대강의 합의문을 갖고 「지도부의 승낙」을 구하러 헤어졌다.국회파행의 실질적인 책임이 3金에게 있는 셈이다.
여야대화의 접점인 총무회담에서 드러나는 표면적 대치는 물론 검찰과 경찰의 중립화를 둘러싼 문제로 요약된다.그러나 막상 여야총무간의 협상에서는 그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문제는 3金씨의 이해타산이다.그것이 국회를 꽁꽁 묶어 놓 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여야 3총무가 모였을 때다.신한국당 서청원(徐淸源)총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일단 국회의장만이라도 뽑자는 것.이에 자민련 이정무(李廷武)총무는 국민회의만 동의하면 자기는 들어줄 수 있을 것처럼 얘기했다고 한다.
세 총무는 일단 헤어졌다.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가 의장선출에 대한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의중을 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얼마 뒤 이들은 다시 모였다.
朴총무가 먼저 말을 꺼냈다.『앞으로 나한테 그 얘기는 다시 꺼내지 말아주시오.』朴총무는 金총재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들은 인상이었다고 한다.
朴총무가 최근 일산 자택으로 金총재를 찾았을 때의 독대(獨對)현장도 소위 「외부」의 영향력을 감지케 해준다.
당초 국민회의의 협상안은 검.경중립을 위해▶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검찰총장 퇴임후 3년간 공직담당 금지등을 명기하는 것이었다.朴총무는 몇 번 협상 끝에 『구체적 내용을 명기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며 검찰관계법과 경찰청법의 개정등 원칙만을 합의문에 명기하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DJ를 찾았다.그러나 金총재는 朴총무의 설명이 끝나자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는게 정가의 소문이다.어렵사리 마련한 안이 사실상 그 자리에서거부된 셈이다.
신한국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핵심당직자들에게 『나는 총무를 다섯번한 사람』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고 한다.徐총무에게도 마찬가지다.한 당직자는 『金대통령한테 국회를 이렇게 풀어 보자고 얘기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金대통령은 야당이 굽히고 들어올 것으로거의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徐총무는 『외부의 지시를 받는 일은 없다』고 강조하지만 사석에선 자신도 모르게 『강경해』라고 내뱉는다.자연히 감(感)을 잡은 고위 당직자들은 최근까지 『개원은 절대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는 동어(同語)반복만 해왔을 뿐이다.
국회파행이 행정적으로는 정부와 여당에 부담을 주지만 정치적으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신한국당 자체 분석으로는 현재의 국회파행으로 야당의 두 金씨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고 있고 그것은 결국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다.즉 15대 총선의 민의는 「새 정치」인데 두 金총재가 구정치의 표본을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金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손해는 두 金씨가 본다는 논리다.
국회파행을 김대중총재와의 경쟁측면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金대통령의 오랜 측근은 『오랜 경쟁자 김대중씨가 자신과 같은 반열에 오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는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측근은 『대통령은 세대교체의 의지가 확고부동하다.자신의 임기와 함께 김대중.김종필총재도 정치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생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그는 『최근 검게 염색했던 머리 색깔을 다시 하얗게 원모습대로 바 꾸는 것도 자신을 포함해 「함께 물러날 세대」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비친다』고도 말했다.
김대중총재의 강경입장은 역시 차기대선을 향한 고려로 해석된다. 金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국회파행의 결과로 金총재는▶당내에서제기된 총선패배 인책공세를 희석했고▶정국을 김영삼-김대중 2자대결구도로 만들었으며▶야권공조 틀속에 DJ대세론 형성▶기타 검경중립문제 부각 등 부수효과를 포함해 쏠쏠한 소 득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兩金대결속 줄타기 이같은 양金의 강경기류속에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사람이 「또다른 金」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다.
그는 겉으로는 총무에게 전권을 위임해 놓았지만 당의 이런저런 회의에선 金대통령에 대한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선은 그어놓고 권한을 준것 이다.
김종필총재로서도 국회파행이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볼만하다.그로서는 가장 큰 걱정거리던 자민련의원에 대한 신한국당의 영입을국회파행으로 원천봉쇄했다.그리고 일단은 신한국당이나 국민회의나모두 자기 얼굴만 쳐다보게 만들어 놓았다.
결국 국회파행의 근본원인은 3金간의 정치적 역학관계와 해묵은자존심이 뿌리임을 엿볼 수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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