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의 경제행위는 심리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길을 가다가 돈 1만원을 주웠다고 하자. 이때의 공돈 1만원과 자녀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용돈 하라며 부모에게 준 1만원의 ‘값어치’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경제학 이론대로라면 어떻게 생긴 1만원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또 경제학에서는 ‘묻지마 투자’란 없다. 투자할 때 향후 수익률이 얼마나 될지를 곰곰이 따지는 게 경제학이 얘기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선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이 참 많다. 어디 투자뿐인가. 길이 꽉 막혀 있을 때 차량 몇 대가 옆길로 새면 왜 그런지를 모르면서도 운전자들은 줄줄이 따라가지 않는가. 백화점이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긴 행렬이 보이면 대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줄부터 서지 않는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활용해 장사하는 기업도 많다. 가령 ‘로또 복권 또 당첨’이란 광고를 하는 복권 판매점들이 있다. 이른바 ‘명당’ 가게에서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명당이란 없다. 복권 당첨번호는 무작위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가게에서 판 복권 중에 1등 당첨자가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운수소관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 가게는 ‘1등 복권 당첨’이란 광고를 한다. 그러면 또다시 1등짜리 복권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광고를 보고서 복권을 사러 오는 사람이 이전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복권을 많이 판 가게가 그렇지 않은 가게보다 1등 당첨 복권이 나올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하지 않은가. 역으로 말하면 이 가게는 ‘꽝’인 복권도 다른 가게보다 훨씬 많이 팔았다.
위기일수록 사람들은 더욱 냉정해야 한다. 묻지마 투자를 한 사람일수록, 명당 자리에서 복권을 산 사람일수록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오히려 큰 낭패를 겪었다는 사람은 참 많이 봤지만.
또 위기일수록 정부는 국민과의 대화를 더 많이 해야 한다. 무조건 안심하라는 식의 일방통행적 대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제대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줄부터 서는 건 ‘왜 줄을 서는지’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는 심리가 아니라 정보라는 걸 이 정부가 진작부터 깨달았다면 이 같은 소동은 없었을 게다.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