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땅서 자라는 한국 콩 … 우리 밥상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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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 옌지(延吉)에서 버스로 세 시간가량 달리면 만주 벌판에 끝도 없이 펼쳐진 콩밭이 보인다. 지린(吉林)성 둔화(敦化)시 화은 대산농장이다. 바로 풀무원 두부의 원료가 되는 유기농 콩을 재배하는 곳이다.

풀무원이 유기농 콩을 재배하기 위해 중국 지린성 둔화시에 조성한 대산농장의 콩밭 전경.

농장 크기는 5000ha(1500여만 평). 그 가운데 1850ha550여만 평)에서 2000여t의 콩이 한국 반입을 위해 길러진다. ‘만주산 한국 콩’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땅 자체는 우리나라 것이 아니지만 양질의 유기농 콩을 뽑아올 수 있으니 일종의 해외 식량기지라 할 만하다. 농장 주변엔 작은 호수들이 산재해 있는 야산이 펼쳐져 있다. 복잡한 민가나 대로, 일반 농사를 짓는 농토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유기농 산지로서는 최적의 조건이다.

농장의 위탁관리 책임자 이상귀씨는 “이 지역 평균 강수량은 700mm 정도다. 황사나 태풍이 없어 유기농 콩을 키우기에 적합한 천혜의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을 개간해 밭을 만들었기에 낙엽이 썩은 채 쌓여 토양이 매우 좋다. 비료를 주면 오히려 콩이 너무 많이 자라 땅에 닿게 된다”며 “일교차가 크고 하절기 장마가 없어 병충해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일본·독일도 이곳에서 유기농 작물의 계약재배를 시행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은 단순히 3년 이상 농약·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종자의 선정(약품 처리가 되지 않은 유기농업으로 생산한 종자), 토양 관리, 병충해 예방, 잡초 방제법, 생산, 저장, 유통, 포장의 모든 생산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기농산물은 재배가 힘들 뿐만 아니라 3년간 동일 기준으로 재배 후 정부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민간기관에서 인정받아야만 판매될 수 있다.

만주 현지에서 수확된 풀무원의 유기농 콩은 중국 정부의 유기농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받은 뒤 현지에 파견된 국내 인증기관의 산지 검사와 원료 검사를 거친다. 풀무원은 또 국제적 품질과 안전성을 인정받기 위해 추가적으로 미국·일본 의 기관으로부터도 인증받는다. 철저한 생산이력제를 실시해 이곳에서 생산된 콩이 어떤 경로를 거쳐 밥상에 오르게 됐는지도 알려준다. 먹거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식량 공급처가 되기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다. 곡물가 변동 같은 외부 영향으로 계약이 안 될 수도 있고, 인건비가 오르면 원활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둔화=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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