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지방자치1년>1.중앙과 지방의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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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체제도입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군림하던 지방행정이 주민을 「섬기는」 서비스행정으로 바뀌었는가 하면 창의적 시책들이 도입됐다.한편으론 지역이기주의 심화나 중앙과 지방의 갈등 등을 드러냈다.지 난해 6.27선거 1주년을 맞아 민선 지방자치 1년의 빛과 그림자,대안을5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註] 지난 4월18일 시흥시는 『시화공업단지의 관리책임은 통상산업부에 있는데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미루고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목소리를 높여온 지방자치단체가 마침내 정부를 상대로 법정쟁송이라는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시흥시측은 『현재는 시공자인 수자원공사가 관리비등을 부담하고 있지만 완공되는 98년 이후 연간 1백억원대에 달하는 비용을 우리가 부담해야할 형편』이라며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개발이득은 정부가 챙기고 손해나는 일은 자치단체가 떠맡는 부당한 관행은 거부하겠다는 것이다.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시흥시같은 중앙과 지방간의 소송사태 급증이 예견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시대변화를 확인시켜주는 상징적인 일이 일어났다.인천시의회는 자신들이 만든 주민세감면 조례개정안이 내무부 승인을 얻지 못하자 총리실과 각정당 대표실에 내무부기능의 폐지 내지 축소를 주장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던 것이다.이 건도 대법원에서 송사가 진행중이다.
대전 유성구청과 내무부가 지난해 벌였던 힘겨루기도 자치시대의새로운 단면이다.
지난해 8월 대전 유성구청의 송석찬(宋錫贊)구청장은 학교급식시설비 5억8천여만원을 구청예산으로 지원토록 하는 예산안을 구의회로부터 승인받았다.이는 당시의 내무부 지방예산 편성지침을 무시한 것이었다.
내무부는 구청측에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96년도 교부금을 삭감하겠다고 경고했다.그러나 이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宋구청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서 교육부가 지난해말 자치단체 예산을 교육관련 시설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고 결국 문제의 예산은 집행됐다.
민선 단체장시대를 맞아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없었던 「지방의반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립」인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갈등도 상당하다.집단시위에 대한 구청의 진압요구를 경찰이 거절하는 등의 견해차가 나타나고있다. 지난해 10월14일 오후 10시30분쯤 서울강서구화곡동강서경찰서 정문에서는 유영(兪煐)강서구청장이 주민농성과 관련,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밤늦게까지 의자에 앉아 농성을 벌이는진기한 장면이 벌어졌다.
과거엔 직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찰서장이 구청장의 면담을 거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영광 원전사업이나 인천 국제공항.고속도로 사업등 국책사업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많아졌다.정부는 보다 못해 지난달 국책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권을 배제하는 내용의 「국책사업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서는 단계가 됐다.자치 단체들은 법제정 저지에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국민대 김병준(金秉準.행정학)교수는 『이 갈등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중앙과 지방의 권한.기능을 다시 배분해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국책사업특별법 식으로 중앙집권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발상은 성공할 수없으며 지방의 목소리를 국정에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채널을 만들어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따라서 중앙정부는 과거같이 「권력적 통제」를 하겠다는 사고를 버리고 지방에 장려적 보조금을 주어 국가정책을 수용케 하는등 재정.기술지원을 통해 「비권력적 통제」를 시도해야한다』고 말했다.또한 자치단체의 자치사무폭을 넓혀 중앙과의 마찰소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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