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산책] "TV없으니 가족 화목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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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필교수(右)와 부인 황경희씨가 자택에서 악기연주를 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다.

"TV의 순기능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더 나은 대안을 찾고 싶었죠."

대전 목원대 행정정보학과 권선필(42)교수 가족들은 가정에서 TV를 보지 않고 4년째 살고 있다. 가족은 부인 황경희(43)씨와 아들 인호(고1)군, 딸 인아(중2)양 등 모두 네명.

권교수 가족은 대전시내 중심의 아파트에 살 때만 해도 남들처럼 TV를 즐겨 보는 전형적인 도시인이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TV에서 나는 소음과 야간 조명도 가족들을 지치게 만들었다고 한다.

"생활에 변화를 줘야 겠다"고 결심한 권교수는 가족회의를 소집, 한적한 변두리로 이사해 TV 없이 살아보자고 제안해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냈다. 마침내 2000년 10월, 대전시 서구 용촌동의 농촌마을로 이사하면서 TV를 고물장수에게 팔았다.

집안에서 TV가 사라지면서 가족들의 삶엔 활기가 넘쳤다. 각자 주 단위로 생활계획표를 짜 실천하고 주말에는 가족끼리 움직이는 게 자연스럽게 됐다.

특히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 시간이 크게 늘었다. 인호군은 "처음에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TV에서 본 것을 주제로 대화를 할 때 외톨이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주요 생활정보는 인터넷이나 잡지를 통해 얻는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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