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한국전쟁의 발발과기원1.2"펴낸 박명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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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5일은 한국전쟁 발발 46주년이 되는 날.남북대치라는 냉전구도에서 벗어나 엄밀한 사료분석을 통해 전쟁의 안팎을 객관적으로 조명한 책이 나왔다.60년대에 출생한 박명림(朴明林.34.
고려대강사)씨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Ⅰ,Ⅱ』( 나남출판).1천5백여쪽,2백자 원고지 8천여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지난 10년간 한국.북한.미국.러시아.중국의 비밀문서 10만여쪽을 훑고 전쟁 관계자 60여명을 인터뷰했습니다.』 朴씨의 접근은 기존의 연구 흐름,즉 전통주의와 수정주의를 넘어선 「제3의 시각」에 모아진다.전통주의의 초점은 전쟁 책임자 규명.이른바 남침설,북침설 논쟁.그리고 『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미국의 브루스 커밍스를 선두주자로 80년대 를 휩쓴 수정주의는전쟁 자체보다 전쟁을 부른 사회.정치환경의 분석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일제잔재.봉건제 청산 등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남한의 모순을 들며 결과적으로 북한 입장을 옹호했었다.
『둘 다 정치적 목적을 앞세운 결과 이를 입증할 충분한 자료의 뒷받침이 부족했어요.』 朴씨는 스탈린-마오쩌둥(毛澤東)-김일성.박헌영으로 연결되는 전쟁 결정의 3각고리를 추적한다.최후의 결정자는 스탈린.이 과정에서 毛는 스탈린보다 더욱 적극적이었다.장제스(蔣介石)를 퇴각시키고 중국장악에 성공한 자신감이 붙어서였다.
『6.25는 분명한 남침입니다.커밍스 교수 등 수정론자들의 「해주북침설」은 김일성조차 전쟁 직후 허위날조라고 했어요.』 朴씨는 특히 북한군 내부 명령서를 시간별로 일일이 따라가며 북침의 허구성을 드러낸다.남침론을 외쳐왔던 종전의 전통주의에서는아쉽게도 이같은 객관적 사료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었다.또한 그는 45년부터 50년까지의 북한사회를 분석하며 수정주의를 공격한다.수정주의자들은 6.25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북한의 불가피한 해방전쟁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일례로 북한의 토지개혁은 현물세.기부금 등이 높아 남쪽보다완벽하다고 볼 수 없었고 공산당 독재,옛소련의 입김으로 민주주의.민족주의 기준에서도 우월한 체제가 아니었어요.』 수정주의자들의 전쟁 불가피론과 달리 6.25는 북한.소련.중국 수뇌들의오판이 빚은 비극이었다는 결론.
고려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94년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받은 그는 『남은 30대 인생을 6.25에 바쳐 전쟁의 전개와의의,그리고 영향을 모두 4권의 책에 계속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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