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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어린이책] 혼자 노는 귀신아, 나랑 친구할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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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귀신새 우는 밤
오시은 글, 오윤화 그림
문학동네, 148쪽, 8800원,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일 지 모른다. 친구와 사이가 좋으면 얼굴이 웃음이 가득하지만 외톨이가 되면 금세 학교 가기도 싫고 두렵기만 하다. 이 책은 ‘나는 쟤를 좋아하는데 쟤는 나를 싫어해’ ‘아무도 나하고 놀아주질 않아’ 등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읽어볼 만하다.

잘난 척 승민이, 새침떼기 나영이, 조용한 창수, 왕따 영호. 친한 친구들끼리 조를 짜다 보니 4학년 3반 외톨이들만 남았다. 네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경계하기도 하고 탓하기도 하면서 서먹한 분위기 속에 담력 훈련을 시작한다. ‘삐~익’ 귀신을 부른다는 ‘귀신새’의 울음소리에 아이들은 겁이 난다. “어휴. 왜 이리 춥냐.” “꼭 귀신 나올 것 같다” “쳇,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러냐. 그런 건 다 꾸며낸 이야기라고.” 으스스한 숲 속 길. 귀신은 정말 있을까?

‘으악~’두려움과 공포에 떨던 아이들 앞에 갑자기 하얀 옷 입은 할머니가 나타난다. 촛불 한 자루를 들고 바위 앞에 선 할머니는 귀신으로 착각할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볼일이 끝나면 산 아래에 있는 일행에게 데려다 준다는 말을 듣고 네 명의 아이들은 마음을 놓는다.

책에는 세 명의 귀신이 등장하지만 오싹한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 통하는 친구처럼 친근하다. 기구한 사연을 가진 귀신들은 아이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혼자 노는 귀신은, 알림장을 교실에 두고 나와도 물어볼 친구 하나 없는 왕따 영호와 판박이다. 물속에서 아이들의 다리를 잡아당기는 물귀신, 이유 없이 버려진 인형 귀신도 외로운 아이들과 닮았다.

귀신을 만나서도 두려워하기는커녕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현실이 외롭고 버거운 아이들. 좌충우돌 시작된 담력 훈련 속에 아이들은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서로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짧지만 긴 훈련을 통해 4학년 3반의 아웃사이더들은 진정 교제의 의미를 깨닫고 어느새 한 뼘씩 성장한다.

작가는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을 그려내며 억지로 화해시키거나 적당히 타협을 이끌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놓아둘 뿐이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야기 속 갈등 해결의 주된 장치는 귀신 경험담이다. 한번쯤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거나 얼핏 희미한 형체를 본 것 같은 오싹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친구들과 조잘조잘 이야기해보자. 오싹함은 어느덧 뭉글뭉글 솜사탕처럼 환상적인 느낌으로 바뀔 것이다. 사이가 안 좋았던 친구와 거짓말처럼 화해할 수도 있다.

길 잃은 아이들을 이끌어 주었던 할머니가 의미심장하게 남기고 간 말 한마디는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근심과 걱정은 너희 몫이 아니다. 세상에 재미나고 신나는 일이 얼마나 많니. 그런 것을 쫓아야 하는 거야.”

정말 그렇다. 세상엔 신나고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은가. ‘도대체 나는 누가 생각해 줘?’라며 홀로 고민의 나락으로 빠진 요즘 아이들이 명심해야 할 중요 명제다. 모든 문제에는 해결 방법이 있고, 그 고통 또한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니. 아기자기한 삽화가 생생한 재미를 더한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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