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고위당직자들,정부에 경제전반 적색경보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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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의 고위당직자들이 잇따라 경제전반에 적색(赤色)경보를발령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운용에 노골적 우려를 드러내는 일은 집권여당으로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그간 당정협의에서는 『잘돼가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 격려만 해 줄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당측은 『상황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과함께 여러 채널로 정부에 따끔한 질책을 퍼붓는 방향선회를 시작했다. 김덕룡(金德龍)정무1장관은 22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업계나 정부로부터 경제의 위험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金장관은 『수출감소등으로 인한 국제수지 적자나 민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물가문제에 대해 정부와 당이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이홍구(李洪九)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았다.李대표는 『우선 28일의 고위당정회의에서 당이 경제전반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대신해 정부에 표출하라』고 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에게 지시했다.
李대표는 또 『정부는 당과 협의해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와 사전에 정책조율및 교감을 가지라』고덧붙였다.
이때문에 28일 당정회의 의제는 당초 6개에서 문서보고로 대체될 쌀과 한.약문제등을 뺀 4개로 축소됐다.특히 국제수지.노사관계등 핵심 경제현안과 대북지원.월드컵등에 대한 정부측 보고마저 각 5분으로 제한했다.
나머지는 자유토론.서류나 넘겨 읽는 형식적 보고대신 난상토론을 통해 당이 「현장의 소리」를 아프게 전달하겠다는 의지다.
이상득의장은 22일 『상당한 불안요인이 잠재한데다 하강조짐마저 보여 하반기 이후 경제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며 『특히 소비재 수입과 여행경비등 지출이 늘고 있는 점을 짚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년 예산안도 절약할 수 있는 경상적 경비와 낭비요소를 과감히 삭감,정부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겠다』는 경고성 발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덕룡정무장관과 서상목(徐相穆.전보사장관)의원등은 24일 「서민경제를 생각하는 모임」토론회를 열어 재래시장.구멍가게와 중소제조업체의 어려움을 대변할 계획이다.
여당의 이같은 방향선회는 궁극적으로 내년 대선을 의식한 대비의 일환이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지난 총선에서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머리 입안(立案)인지를 알게 됐다』(韓利憲전경제수석.洪在馨전재경원장관)는 관료출신들의 「자기반성」은 고위당직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현장을 깊이 호흡하는 정책만이 승리의 전제라는 감(感)을 잡아놓은 것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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