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마술사 코엘료의 편지] 中. 세번째 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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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15년간 나는 세 가지 일에 미친 듯이 열정을 쏟았다. 여기서 '열정'이란 무엇을 읽든 그것과 관련된 것을 찾아내고, 강박적이다 싶을 정도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열광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아나서고, 잠들 때나 깨어날 때나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첫째는 컴퓨터다. 타이프라이터를 포기하고 컴퓨터를 사면서 나는 엄청난 자유를 발견했다(지금 나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2㎏도 안되는 컴퓨터에 내 10년 동안의 직업적 삶을 모조리 담고 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5초 내에 찾을 수 있는 그것에 의지해 글을 쓰고 있다).

둘째는 인터넷이다. 내가 처음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당시에도 그것은 기존의 가장 큰 도서관 규모를 능가했다.

셋째는 이런 기술적 진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활쏘기다. 젊은 시절 나는 유진 헤리겔이 쓴 '궁술의 선(禪)'이라는 매혹적인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궁술을 통해 영적 여행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그 이야기는 나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가 어느 날 내가 피레네 산맥에서 실제로 한 궁수와 맞닥뜨리면서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그 궁수는 내게 활과 몇 개의 화살을 빌려주었으며, 그 후로 나는 활 연습을 하지 않고 지낸 날이 단 하루도 없다시피 했다.

브라질의 내 집에는 전용 과녁(손님이 찾아오면 즉시 접을 수 있는)이 있다. 프랑스에 있을 때는 매일 야외에서 연습을 하는데, 그러다 자리에 드러눕는 일이 두 번이나 생겼다. 영하 6도의 날씨에 두 시간 넘게 밖에 있다가 저체온증에 걸렸고, 덕분에 강력한 진통제를 복용하고서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겨우 참석할 수 있었다. 이틀 전에는 잘못된 자세로 활을 쏘다가 근육에 심한 염증이 생겼다.

도대체 활쏘기의 어디에 이런 매력이 숨어 있는 걸까? 기원전 3만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무기인 활은 사실 실용성은 없다. 하지만 내게 이런 열정을 일깨워준 유진 헤리겔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래 구절은 '궁술의 선'에 나오는 것들이지만 일상생활에도 두루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시위를 당길 때는 오직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라. 그렇지 않을 때는 에너지를 아껴라. 무언가 성취하기 위해 커다란 일보(一步)를 내디딜 필요는 없다. 그저 대상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스승은 내게 아주 뻣뻣한 활을 골라주었다. 나는 프로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정말 어려운 것에 직면할 준비를 할 수 없는 법이다. 길에서 만나게 될 어려움이 무엇인지 먼저 아는 편이 낫다."'

'나는 오랫동안 활을 정확히 당기는 법을 익히느라 애를 먹었다. 어느 날 스승이 알려준 호흡법대로 하자 어려움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나는 그동안 그것을 가르쳐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스승이 대답했다. "처음부터 호흡법을 가르쳤다면 너는 그것이 별로 필요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너는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좋은 스승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것이다."'

'활시위를 놓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에 앞서 활과 화살, 과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한다. 삶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완벽히 대처하려면 직관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기술을 완벽히 마스터하고 났을 때에야 그것을 잊을 수 있는 것이다.'

'4년 후 내가 활쏘기를 마스터하자, 스승은 내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이제 여정(旅程)의 절반쯤에 도달한 것이냐고 물었다. 스승은 아니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숨겨진 함정을 피하고 싶다면 길을 90% 가량 갔을 때 이제 반쯤 왔다고 생각해야 한다."'

(주의:활과 화살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프랑스 같은 몇몇 국가에서 활과 화살은 아직도 무기로 간주되고 있으며, 활쏘기를 하려면 자격증을 갖추고 허가된 장소에서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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