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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EU - 팽창하는 유럽] 2. 러시아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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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右)과 로마노 프로디 EU집행위원장이 지난 22일 EU확대와 관련한 양측 의견을 조율했다. [모스크바 AP=연합]

러시아는 유럽연합(EU) 확대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다만 협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의 가장 큰 우려는 경제적 손실이다. 지금까지 특수관계를 유지해온 옛 소련의 일부 국가와 동유럽의 국가들이 EU에 가입함에 따라 이 국가들과의 교역조건은 바뀐다. 우선 새 가입국들은 EU 단일관세율을 적용한다. 그럴 경우 알루미늄.화학제품.목재.식료품 등 러시아의 전통적인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현저히 높아진다.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철.핵연료 등 러시아의 일부 수출품목엔 수입물량 쿼터제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회원국들이 지금보다 더 적게 수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새 가입국들은 또 EU 내부 규정에 따라 지금까지 60~95%에 이르던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반덤핑 규제도 강화할 전망이다. 이래저래 러시아의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EU 확대로 러시아가 볼 경제적 피해 규모가 연 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외교부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신규 EU 회원국들이 '친(親)서방.탈(脫)러시아'정책을 강화함으로써 러시아의 외교적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 게 분명하다. 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에선 국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러시아인들에 대한 역차별이 벌써 문제가 되고 있다. 높아질 비자 장벽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러시아 주민들은 "리투아니아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최서단 독립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방문을 위해서도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게 됐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월 EU 확대와 관련해 14개항의 우려를 담은 문서를 EU 지도부에 제출하고 협상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EU와 러시아는 27일 외무 회의를 열어 러시아는 EU가 신규 회원국에 우호협력 협정을 적용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대신 EU는 러시아의 경제적 우려를 배려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EU 확대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적 불이익에 대해 EU 측이 어떤 형태로든 보상한다는 내용의 의정서를 체결하기로 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소련권 국가들과의 '단일 경제구역'창설도 서두르고 있다. EU에 맞설 경제공동체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이 계획에는 러시아 외에 우크라이나.벨로루시.카자흐스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4개국 정상들에 의해 합의된 단일 경제구역 창설안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의회를 시작으로 22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23일 벨로루시의 입법기관들이 잇따라 비준했다. 이 안은 우선 참가국 간 상품.자본.노동력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관세동맹 단계를 시작으로 경제통합을 가속해 최종적으로 같은 화폐를 사용하는 단일경제권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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