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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정책 일관성 없으니 누가 믿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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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 중산층과 서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주변 사람들이 요즘 제가 언론에 너무 독하게 나온다고 하네요.”

3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최근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다 보니 본의 아니게 ‘투사’이미지가 생겨났다며 껄껄 웃었다. 원래 자신은 ‘온건 개혁론자’인데 야당 당직을 맡다 보니 “종종 말을 강하게 해야 할 때가 있더라”는 것이다. 1998년 정계에 입문한 박 의장은 새천년민주당 대변인·홍보위원장, 열린우리당 기획위원장 등 집권당의 주요 당직을 거쳤지만 야당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대안정당의 면모를 갖추려면 야당도 여당과 정책대결을 벌여 국민들의 점수를 따야 하는 시대”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부자와 강자를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면,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정말로 위기라고 보나?

“IMF 때와 같은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정부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물가·주가·환율·무역수지 등 모든 경제지표가 좋지 않고 특히 서민 체감경기는 IMF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1일 정부가 26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감세안을 내놨지만 바로 당일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은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의미다.”

-신뢰를 잃은 이유는 뭔가.

“정책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고환율 정책을 펴다 하루아침에 저환율 정책으로 바꾸고, 경부운하 안 한다더니 다시 또 불씨를 살리려고 애쓴다. 대통령은 지난달 ‘녹색성장’을 얘기하더니 이젠 ‘재건축·재개발’의 토목경제론을 들고 나온다. 이래서야 누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믿겠나. 경제팀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의 감세안을 ‘부자 감세안’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법인세·소득세·양도세·상속세 등 재산 관련 세금을 감면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유리한 것들이고 중산층·중소기업엔 생색내기뿐이다. 지금도 대기업 사내 유보금이 600조원이 넘는데 법인세 내린다고 대기업의 투자가 늘 것이란 주장은 난센스다. 또 정부가 중산층 기준을 과표기준 연소득 8800만원으로 잡았던데 이는 실소득 연봉 1억2000만원에 해당한다. 국회의원 세비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을 위한 정책을 중산층 대책이라고 우기는 게 말이 되나. ”

-노무현 정부 때 한나라당의 감세 주장에 대해 “감세는 경기부양에 효과가 크지 않다”고 반박하던 경제관료들이 지금은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는데.

“공무원들도 정권의 철학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순 있겠지만 똑같은 기관에서 정반대의 얘기를 하는 것은 야당이 된 우리로선 씁쓸한 대목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개인 소신이 부처 전체의 신념을 뒤엎은 것으로 보인다. 감세안 발표를 앞두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사표를 냈는데 감세안에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은 부가세율을 한시적으로 10%에서 7%로 낮추자는 것을 대안으로 내놨다.

“부가세율을 3%포인트 낮추면 물가 2.7%포인트의 인하효과가 생긴다. 특히 450만 명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연평균 270만원의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민과 중산층에 직접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선 부가세를 낮추면 소비가 많은 계층이 더 이득을 보므로 오히려 고소득층이 유리하다고 반박한다.

“ 고소득층에겐 2.7%포인트 인하가 별것 아니어서 소비 진작 효과가 별로 없지만 중산층·서민에겐 큰 비율이다. 한나라당이 ‘부자 프렌들리’여서 중산층·서민에게 2.7%포인트 인하가 갖는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도 정기국회 핵심 과제로 제시했는데 그 배경은?

“조선 8도 체제는 조선 태종 때부터 시작돼 600여 년의 역사이고, 13도 체제도 110년이나 됐다. 그동안 교통·정보통신의 놀라운 발전이 있었는데 아직도 600년 전 제도를 쓰는 것은 맞지 않다. 국민의 생활권과 행정권을 일치시켜야 한다. 16개 시·도와 230개 기초자치단체를 70개 정도의 광역단체로 재편성해 현행 광역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 구조를 2단계로 줄이면 막대한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그 돈을 복지예산으로 돌릴 수 있다. ”

-한·미 FTA 비준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무역으로 살아가는 우리나라로선 한·미 FTA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 다만 반드시 피해계층에 대한 충분한 보상대책 수립이 선행돼야 하며, 미국 의회와 비슷한 시기에 인준을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아직 미국 의회는 비준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김정하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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