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가정과목 교육 너무 홀대받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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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등학교에서 가정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다.요즈음 7차 교육과정 준비작업이 한창 진행중인데 이왕이면 교육현장의 실정과 교과의 특성을 충분히 살린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6차 교육과정이 시작된 금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실업교과군에 속한 가정과목이 정보산업과 같은 소위 첨단과목에 의해 밀려나고있다.가정과란 배우나마나한 과목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삶의필수불가결한 가족안녕과 생활자립을 다루는 과목 이고,가족구조가급변하고 가정을 둘러싼 여러문제들-가정폭력,비행청소년 증가등-의 발생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요즈음 오히려 가정과 교육의 확대가 요청되고 있는데도 교육현실은 그와 정반대로의 길로 나가고 있어 안타깝다.
사실 남학생들도 생활자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싶어한다.본인이94년부터 「남녀가 함께하는 조리반」을 신설해 남학생을 가르친경험이 있는데 여학생보다 더 즐겁게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 보기좋았다.또 남학생들의 선택동기는 『결혼 후 도 움이 될 것 같아서』『앞으로 자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등이었고,더욱 놀라운 사실은『사내답지 못하게』라며 이를 말리는 어머니나 형의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남학생들이 지금까지도 대부분 조리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이다.
다행히 7차 교육과정부터는 고등학교에서도 가정과의 남녀 공동수업이 실현되어 위에서 말한 문제점을 해소해주는 듯하지만 실은크게 우려되는 면이 있다.현재 가정과 남녀 공동수업 2년째를 맞고 있는 중학교를 살펴볼 때 일선학교의 인식 부족으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첫째가 가정시간 책정에 나타난 문제점이다.즉 교육과정상에는 실험.실습 위주의 수업을 강조하면서도 2,3학년에 1시간씩밖에 배당되지 않아 실습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둘째로는 담당교사의 수급에 따르는 문제다.즉 남자 중학교의 경 우 기술담당교사에 의해 가정과목이 가르쳐지고 있어 가정 교과의 본질이 제대로 인식될지 의문이다.이와함께 건전한 가정인,자립할 수 있는생활인을 기르기 위해서는 가정과의 내실있는 교육이 필수라는 인식을 모두 공유해야한다.그러한 만큼 앞으로 가정과 교육과정 개편에는 내실있는 교과운영을 할 수 있도록 시간배당,교사확보를 고려한 남녀 공동수업체제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이수희 서울사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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