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걱정되는 러시아 대선결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러시아 대통령선거가 예상대로 2차투표까지 가게 됐다.1차투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와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접전,그리고 퇴역장성 알렉산드르 레베드의 선전(善戰)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번 이스라엘 총선과 함께 「올해의 가장 중요한 선거」로 주목됐다.러시아가 개혁노선을 유지하느냐,공산체제로 복귀하느냐에 따라 국제정치향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2차투표에서 옐친이 승리하자면 레베드와 손잡아야 하고,이 경우 그가 표방해온 러시아 민족주의를 대폭 수용해야 한다.
러시아정치의 보수화 움직임은 이미 지난 12월 하원선거에서 나타났다.공산당이 전체의 22.3%를 득표해 제1당이 된 반면개혁.중도파는 합해서 30%를 넘지 못했다.국민 절대다수가 개혁노선에 부표(否票)를 던진 것이다.옐친 자신도 권력주변에서 개혁파를 제거하는 등 개혁노선과 멀어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앞으로 러시아정치는 보수방향으로 갈 것같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국제사회는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그동안세계는 러시아의 민주화개혁에 대해 격려와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변화는 당연히 고통을 수반한다.그런데 러시아인들은 그 책임을서방에서 찾고 있다.이것은 잘못이다.공산주의야 말로 러시아에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그것을 치유할 방법은 자유민주주의밖에 없다. 러시아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현재 세계평화에대한 가장 큰 위협의 하나가 바로 민족주의다.옛 유고가 대표적케이스다.다(多)민족사회 러시아에서 배타적 민족주의가 전면에 나설경우 초래할 비극이 어떤 것인가는 상상조차 하 기 어렵다.
한편 우리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를 대(對)러시아정책에 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그동안 우리가 러시아외교를 경시(輕視)해오지 않았던가,또 개혁파 일변도의 외교를 벌이지 않았던가하는 반성이다.그런 점에서 2차 투표결과를 주시 하고 앞으로 닥칠 변화에 대한 대비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