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계.당좌계.외환계」.
예전엔 은행원 가운데 최고 인기부서들이었다.개인.기업등 고객들과 직접 상대하는,이른바 「끗발」있는 파트였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금리자유화와 함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은행문턱이 낮아지는 가운데 고객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는 등 여건변화에 따라 부서 선호도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더이상 인기부서가 아니다.심하게 말해 힘들어 회피하는 「3D 부서」로 전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반면 예금계.섭외계(재테크 상담사).기획계(후방 사무계)등 책임이 덜 따르는 파트에 대한 인 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대부계의 경우를 보자.자금사정이 어려웠을 때는 앉아서 큰소리를 칠 수 있었고,간혹 사례비(대출 커미션)를 챙기는 재미도 있었다.그러나 이제는 뛰어다니면서 「대출 바겐세일」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 됐다.
부실대출을 줄이라는 본부의 성화와,단 한푼의 이자라도 꼼꼼히따지는 고객 사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왜 다른 은행에 비해 조건이 불리하느냐』『신문에 난 내용과 틀린다』『세금 문제는 어떻게 되느냐』는 등 고객들이 훨씬 까다로워졌다. 일부 은행에선 대부계를 벗어나지 못해 아예 은행을 떠나는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계도 과거에는 영어도 배우면서 기업들에 한 수 가르쳐주는등 소위 「폼」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대기업이나 종합상사에는 오히려 고개를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중소업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뛰는것은 물론 환율 급등락으로 손해를 보면 책임문제도 따르기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당좌계도 전같으 면 대기업에 뭉칫돈을 빌려주며 인심을 쓸 수 있었으나 요즘엔 개별업체 사정을 일일이 파악하고 예금계수를 맞춰야 하는 등 업무가 만만치 않다. 한 은행원은 『세월에 따라 직종에 대한 인기도가 달라지듯이 금융여건 변화에 따라 은행내에서 선호하는 부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