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춤과 음악 젊은층 매료 조프리발레단 싱가포르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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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불 꺼진 객석에 앉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우아한 무용수들을기다리던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코믹한 춤에 허를 찔린 표정으로 폭소를 연발한다.때로는 숨소리도 죽이면서.그러다 춤이 멈추면 순간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터진다.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놓은 듯한 현란한 춤과 음악으로 1백여분 동안 관객들의 눈과 귀를 붙들어놓은 미국 조프리발레단의 지난 12일 싱가포르 칼랑극장의 공연모습이다.
이번 작품은 『빌보드』로 지난 93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초연된 후 3년동안 미국 50개주에서 공연됐고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아시아에서는홍콩에 이어 두번째 공연.
이 작품은 『4월에도 가끔 눈이 내린다』『선더/퍼플 레인』『슬라이드』『윌링 앤드 에이블』등 모두 4막으로 구성돼 있다.
맨 처음 무대에 오른 작품은 로라 딘의 『4월에도…』.프린스가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해 만든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다소 무거운 출발을 보이지만 음악이 바뀌면서 무용수들의 함성과 이에 걸맞은 힘있는 군무가 이어진다.피터 가브 리엘.데이비드 보위의 뮤직 비디오 작업에 참가했던 로라 딘의 경력이 말해주듯 단순한 고전발레 테크닉과 경쾌한 디스코 율동을 잘 조화시킨 작품.
두번째는 찰스 몰턴의 『선더/퍼플 레인』.프린스가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선더!』라고 외치면 빨강.파랑.초록으로 물들인이상한 머리와 의상을 한 무용수들이 박진영의 허리춤같은 재미있는 동작으로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음악이 『퍼플 레인』으로 바뀌면 이와는 반대로 흰색 옷을 입은 광대의 절규하는 듯한 독무(獨舞)가 이어진다.육체적인 고뇌를 떨쳐버리는무용수 킴 사가미의 춤으로 절정에 달한다.
『슬라이드』의 안무가인 마고 사핑턴은 조프리 발레단 무용수 출신으로 전라의 춤으로 화제를 모았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캘커타』의 안무자로도 유명하다.이 작품은 『빌보드』 가운데 가장 섹시한 춤.무용수들의 옷부터 비키니 위에 검정 망사 차림으로 다분히 선정적이고 성적 표현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프린스의 가사를 그대로 춤으로 옮겨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을 풍자하고 있다.
마지막 작품은 피터 푸치의 『윌링 앤드 에이블』.눈부신 조명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로레나 페이주와 데이비드 키어스의 2인무가 하이라이트다.페이주가 오른발을 키어스의 입에 넣는 등 파격적인 안무를 보여준다.이처럼 귀에 익은 프린스 의 음악과 젊은 감성의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춤으로 평소 발레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젊은 관객들을 끌고 있다.
조프리발레단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싱가포르=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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