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세금 12조5000억 더 걷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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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조5000억원이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과 관세청이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국세청의 국세 수입 실적은 9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조8000억원(14.9%)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 들어온 관세는 4조3500억원으로 7300억원(20.4%) 늘어났다. 국세와 관세 실적을 합하면 지난해 상반기보다 12조5000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온 것이다.

세금이 더 걷힌 이유는 지난해 기업이 장사를 잘했고, 이를 토대로 거두는 법인세가 올 상반기에 잡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활성화로 국세청에 포착되는 거래가 늘면서 세금 부과 대상이 확대된 것도 한몫했다. 민간 소비지출 중에서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으로 이뤄지는 것이 지난해 64%에서 올해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거래를 하면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소득이 그대로 드러난다. 매출이나 소득이 노출되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동안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던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강화됐다. 국세청은 지난달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8차 세무조사를 시작했고, 연내 한두 차례 더 세무조사를 할 계획이다.

관세 수입이 증가한 것은 올 들어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가 부진하면서 양도소득세 수입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이날 기획재정위에 나와 “하반기엔 세수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감세한 만큼의 세수는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감세를 해도 거래의 투명화 등으로 더 걷히는 세금이 있는 만큼, 세수가 부족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 청장은 “세금을 거두는 기반을 넓히는 대신 세율은 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조세부담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경제연구본부장은 “세금이 잘 들어온다는 것은 그만큼 감세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며 “효율적인 감세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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