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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테헤란로는 스타일 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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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옷이 나를 말하는 시대’다. 서울에서도 유행을 주도한다는 ‘강남’에 가면 정말 이런 시대의 트렌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강남에서도 한복판,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테헤란로에서는 옷만 봐도 어떤 직장에 다니는지 알 수 있다. 업무차 테헤란로를 자주 찾는다는 모바일 게임업체 대표 고평석(37)씨는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시간에 심심풀이로 지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주변 건물의 회사를 추측해 가며 옷차림과 직업을 알아맞힐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와 함께 직업과 그에 따른 스타일을 분석했다. 과연 나는 지금 내게 맞는 스타일을 갖추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① 국제적 감각 - 외국계 회사원

외국계 기업에선 국내 기업에 비해 외국인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다 보니 해외 유행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양복을 고를 때도 최신 스타일의 디자인, 색상과 소재 선택에 과감하다. 대개 자신의 원래 사이즈보다 한 치수 큰 양복을 선호하는 일반 기업의 직장인과 달리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몸에 꼭 맞는 양복을 고른다. 수트 재킷의 소매 끝 부분에 셔츠의 소맷부리가 더 길게 나와 있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셔츠에 어울리는 타이 역시 이런 차림새에선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실크 소재의 타이가 가장 무난하지만 너무 단정하게 보인다면 신축성 있는 면 제품으로 니트와 비슷해 보이는 타이를 매는 것도 숨겨진 감각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남성 액세서리 중 가장 눈에 띄는 시계는 최상급 브랜드를 고르지만 요란한 것은 피한다. 오히려 시곗줄 하나라도 얼마나 고급스러운 가죽을 썼는지가 더 중요하다. 서류를 넣는 ‘브리프케이스’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브랜드 로고가 너무 눈에 띄는 것은 피한다. 광택이 너무 화려한 것도 좋지 않으며 무광이나 은은한 빛이 감도는 것이 적당하다. 유행이라고 해서 큼지막한 가방을 고르는 것도 전체적인 모양새엔 어울리지 않는다.

② 단정한 FM 신사 - 공사와 국내 대기업

가장 전형적인 한국의 남성 직장인 차림새다. 외국 기업보다는 보수적인 분위기라 옷차림이 튀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패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점잖고 단정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몸에 딱 맞는 수입 브랜드의 양복보다는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한 국산 브랜드의 기성복이 대세다.

보통 회사 내 분위기에 따라 선호하는 브랜드가 따로 있을 정도다. 셔츠도 깃이 너무 넓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좁은 것도 아닌, 무난한 모양이 가장 잘 어울린다. 젊은 회사원의 경우 줄무늬 양복도 많이 입지만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대부분 무늬가 없는 짙은 색 양복을 입는다. 재킷도 단추 2개 짜리가 보통이다. 양복이 전체적으로 조금 헐렁해 보이고 매우 무난하므로 줄무늬 셔츠로 멋을 내 볼 수 있다.

③ 자유분방한 매력 - 연구원 또는 프리랜서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 편안한 차림을 추구한다. 차림새가 자유로운 만큼 사고도 유연하고, 그래야 업무 효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편안함만 추구해선 곤란하다. 마음대로 입는 것이 자유복은 아니기 때문이다. 편하지만 단정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어두운 색깔을 선택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워 보여서다. 요란한 무늬가 없는 소재를 택하고, 대신 색상은 밝고 화사한 것이 좋다. 이렇게 입으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적당히 격식도 갖춘 듯 보인다. 셔츠를 고를 때도 활동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시계를 선택할 때는 너무 두껍거나 무거운 것을 피한다. 활동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④ 발로 뛰는 감각 - 세일즈맨

‘옷차림도 전략’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직종이다. 누굴 만나도 자신 있는 첫인상과 한 번 거래를 트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신뢰감을 주는 것이 필수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단정하게만 입어선 곤란하다. 계속해서 개발되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람이 트렌드에 뒤지는 인상을 줘선 안 되기 때문이다. 포인트는 고객에게 안정감을 주면서도 감각도 뒤떨어져 보이지 않는 차림새다. 양복을 고르더라도 한 벌로 된 싱글보다는 상의와 하의가 다른 소재와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명함을 교환할 일이 많고 외부에서 서류 작성할 기회도 많은 편이어서 명함지갑이나 펜도 전략의 일부분임을 생각해야 한다.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낸 명함지갑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나와 거래해도 된다’는 믿음직스러운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첫인상을 결정짓는 헤어스타일도 세일즈맨의 차림새엔 중요한 요소다. 유행을 따르되 너무 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도움말 주신 분=스타일리스트 김명희 이사(시소컴) ◆촬영협조=김보헌(DCM·모델), 이주아(스타일리스트), 이순철·수경(순수·헤어&메이크업), 란스미어·쌤소나이트·장광효 카루소·스카겐·매트릭스·크로캣존스 by 러브로스트·엘르 옴므·타임 옴므·던힐 ·D&G(의상 및 액세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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