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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사이버에 둥지 튼 '숨쉬는 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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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발매 일주일 만에 1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DVD북 "낙엽지는 새"의 한 장면과 "디지로그 형 책"들.

작가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 숲)의 최근 신문광고 오른쪽 하단에는 ‘e북’이란 못보던 마크가 실렸다. 종이책 값의 60% 가격으로 온라인 열독이 가능한 전자책 제작을 알리는 표지다.

80, 90년대의 사회과학 ‘고전’ 『해방전후사의 인식』(한길사·전 6권)은 지난달 전자책으로 복간됐다. 2004년 후 사실상 절판됐던 것을 되살린 것이다. 한길사 측은 “지금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작비 절감과 검색· 보존의 편의성을 고려해 전자책으로 복간했다”고 전했다.

책의 변신 노력이 눈부시다. 온전한 전자책 시대를 앞두고 CD, DVD, 인터넷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출판은 바야흐로 아날로그 문화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 시대로 접어든 느낌이다.

◆ 인터넷 이용한 쌍방향 기획

'마법 천자문'(아울북)은 지난해 아동서시장을 휩쓴 베스트 셀러. 여기엔 인터넷을 통해 참여한 초등학생 독자들의 힘이 컸다. 책 홈페이지(www.magichanja.com)에 올라온 어린 독자들과 학부모들의 덧글을 수렴해 책에 수록할 한자를 정하고 이야기 전개에 반영한다. 최근 선보인 8권에는 전북의 안제민 등 어린이 4명의 이름을 실었다. 말하자면 공동 편집위원인 셈이다.

◆ CD, DVD와 함께 간다

이제는 CD나 DVD가 어학, 컴퓨터 등 실용서만의 보완물이 아니다. 음악동화 그림책 '모차르트 멜로디'(토토)는 모차르트의 명곡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음악 CD를 제공한다. '공룡'(아이즐)에 곁들인 '공룡시대 CD'는 책으로 담을 수 없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중생대 시대별 3D 가상체험관, 퀴즈, 컴퓨터 게임 등으로 구미를 당긴다.

랜덤하우스 중앙(대표 김영배)은 아예 DVD북 '낙엽지는 새'를 냈다. 가수 서태지의 음악과 메시지를 담은 중편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만들고 뮤직 비디오, 갤러리 등을 더한 DVD를 곁들였다.

◆ 인터넷으로 즐기면 기쁨 두 배

미술교양서 '미술과의 첫 만남'(예경)은 각 장에 관련 웹사이트 주소를 실었다. 그림을 감상하고 정보를 알 수 있는 관련 유명 사이트를 꼼꼼히 소개한 것이다. 또 출판사 홈페이지(www.yekyong.com)에 질의응답 코너를 두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 블로그 마케팅에 북 시사회까지 고려원 북스(대표 조영호)는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의 책 시사회를 열고 있다. 북토피아(www.booktopia.com)를 통해 매일 30명의 독자에게 전자책 내용 전부를 제공하는 행사이다. 베스트 셀러에 오른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 '소설 황진이'(이룸)는 전용 블로그를 활용한 홍보가 결정적 힘이 됐다는 평가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김혜경 푸른숲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굳이 종이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전자책 시대가 오기까지 기획, 제작, 홍보 등에서 디지털 활용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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