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신생 조선업체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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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박용석 기자

“해운업 호황은 앞으로도 3년은 더 갈 겁니다. 하지만 과잉투자와 치열한 경쟁 여파로 중소형 조선소는 문제가 많습니다. 시한폭탄같이 언제 터질지 모릅니다.”

이진방(60·대한해운 회장) 선주협회장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계 조선경기 활황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신생 조선업체들이 기존 대형 업체보다 싼 값에 수주를 많이 했다”며 “그러나 그 후 철판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배를 만들면 만들수록 오히려 적자를 보는 구조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 건조를 위해 조선업체가 선수금을 받으려면 은행이 이행보증(RG·Refund Guarantee)을 해줘야 하는데 은행들이 신생 조선업체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해 보증을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1~2년 새 남해안에선 20개가 넘는 업체가 선박 건조에 뛰어들었다.

그는 최근 선박 발주량이 늘면서 일부에서 선박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으로 선박 공급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한국과 중국입니다. 그런데 두 나라 조선소 모두 철판과 엔진·인력 부족으로 제때 배를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수주를 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베이징 올림픽 뒤 중국 경기가 식고 그 여파로 국내 해운업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가 연안뿐 아니라 내륙지방의 성장도 촉진하고 있기 때문에 해운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대해서는 “현재 경합을 벌이고 있는 포스코나 한화·GS·현대중공업 가운데 누가 인수하든 해운업계엔 큰 상관이 없다”며 “그러나 만약 포스코가 컨소시엄을 제안하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창업주 고 이맹기 회장의 아들이다. 1971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과 동시에 삼성물산에 들어가 삼성코닝 이사를 거쳐 92년 대한해운에 입사했다. 이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지난해 회장에 올랐다.

안혜리 기자 일러스트 = 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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