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진짜 색깔이 뭐야?”-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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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강부자내각, 야당 10년에 인재가 고갈돼 생긴 사건”

조영남 그 사이에 바람은 몇 번이나 피웠나?

홍준표 결혼할 때 두 가지 약속을 했는데, 하나가 밤 11시까지 들어온다는 것이고, 두 번째가 남의 살을 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 약속을 지켰느냐 안 지켰느냐 말해봤자 믿는 사람도 없을 테고, 단 하나 분명한 것은 1991년 3월 강력부 검사를 한 뒤 룸살롱에는 가본 일이 없습니다. 1991년 3월부터 광주지검에서 강력부 검사를 하며 깡패 잡기를 시작했는데, 룸살롱을 대부분 깡패들이 운영하거든요. 그래서 아예 안 갔어요. 여자 나오는 술집은 지금도 안 갑니다.

조영남 국민이 지금 정부를 두고 고소영이다, 강부자다 하는데, 이런 말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어때요?

홍준표 초기 내각 구성은 잘못했습니다. 10년 동안 야당을 하다 보니 인재가 고갈됐어요.

조영남 아아~.

홍준표 한나라당에 쓸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정치인들은 노출된 사람들이다 보니 어떤 측면에서 가장 검증된 사람들인데, 다들 4월 총선을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각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주변사람 쓰다 보니 고소영·강부자라는 말이 생긴 겁니다. 아마 연말 되면 2기 내각이 출범할 텐데, 2기 내각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영남 쇠고기정국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명박정부가 죽을 쑤는 것처럼 보인 것이 사실이거든.

홍준표 죽 쒔죠.

조영남 그건 어떻게 ‘커버’하고 있어요?

홍준표 진보진영은 10년 동안 뿌리가 굉장히 깊습니다. 한국사회의 진보세력이 과거에는 5%도 안 됐습니다. 진보라고 커밍아웃할 수조차 없었죠. 진보는 곧 친북·용공으로 몰렸으니까. 그러다 진보정권 10년 동안 자칭 진보라고 부르는 진보세력이 20%정도까지 확대됐어요.

조영남 옳지!

홍준표 저는 그것이 나쁜 현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진보와 보수가 양날개가 되어 나가야 대한민국이 발전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명박정부가 부패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정권 10년을 거치면서 보수세력이 보수정권의 탄생을 열망했어요. 그 과정에서 지난 한 해 정권이 교체된다는 국민의 확신이 90%에 가까웠어요. 그런 과정에서 이권부서에 있는 많은 사람이 진보를 버리고 보수를 택했죠. 그 결과가 최근에 일어난 김옥희·김귀환·유한열 사건입니다. 아마 이 비슷한 사건이 또 있을 겁니다. 이명박정부 출범 후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이들 사건부터 엄격히 처단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은 4년6개월간 이명박정부가 깨끗하게 갈 수 있습니다.

조영남 까놓고 말해서, 국민이 한나라당에 정권을 줬을 때는 진보의 문제점을 들춰내 사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것이거든. 그런데, 그런 사정이 없어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어.

홍준표 국민 세금을 축낸 사건은 반드시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복성 처단을 하면 안 됩니다. 이게 계속 반복됩니다. 보복의 시대는 이제 지났어요.

조영남 KBS 정연주 사장 사건은 어떻게 봐야 하지?

홍준표 정연주 사건은 이렇습니다. 그가 방송 전문인으로서 KBS 사장을 할 자격이 있느냐?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한겨레>에 다니면서 자기 아들 둘은 다 병역 면탈시켜 놓고, 이회창 총재 아들이 군대 안 갔다고 격렬히 써댔던 사람이에요.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사람이죠. 노무현 정권은 그런 사람을 KBS 사장으로 앉혔고요. 완벽한 코드 인사죠. 그런 사람이 정권이 끝났으면 당연히 나가야죠. 사내라면 떳떳이 나가야죠. 미국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10만 명이 이동합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1,000명도 이동 안 했어요.

“정연주 사장, 사나이라면 깨끗하게 물러나야”

조영남 최소한의 예의 차원에서?

홍준표 그렇죠. 예의를 위해 나가야 할 사람이 안 나가고 버티면서 법을 따지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이야기죠. 자기는 법대로 했나? 정치적으로 간 자리는 정치적으로 비켜줘야 해요. 그게 예의죠.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그리 오래 버텨봤으면 그냥 털고 나가는 게 사냅니다.

조영남 왜 서울대에 안 가고 고려대에 갔어요?

홍준표 서울대에 갈 실력이 안 돼서죠. 제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에 갈 형편이 안 됐습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다섯 번 전학했어요. 보통 초등학교 6년 중 다섯 번 전학했다고 하면 다들 아버지가 공무원이냐고 묻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공무원도 아니고 먹고 살 길 따라 리어카 끌고 가족들하고 이사를 다섯 번 다녔습니다. 5~6학년을 제가 합천에 있는 학남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그 학교가 당시 경상남도에 있는 유일한 분교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졸업할 때 경상남도에서 학력고사를 꽤 잘 봤습니다. 그래서 대구 영남중학교에서 등록금과 수업료를 안 내도 되는 특대생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영남고등학교까지 6년을 장학금 받고 다녔죠. 원래는 경북대 의대에 진학하려고 이과로 진학했는데, 아버지가 의대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육군사관학교에 가라고 해서 제가 육군사관학교에 32기로 합격했어요. 지금 육사 32기가 육군 중장들이죠.

조영남 그래?

홍준표 1971년 10월에 합격하고 신체검사만 받으면 되니까 두 달 동안 고향에 내려가서 놀았죠. 그러고 있는데 1971년 12월23일 저희 아버님이 훔친 비료를 샀다는 누명을 씁니다. 누명을 쓰고 파출소에 가서 이틀간 아버지가 당하는 것을 보고는 육사가 아니라 법대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12월26일부터 문과 공부를 시작했어요. 당시 서울대는 60점짜리 제2외국어 시험이 있었습니다. 독어와 불어 중 선택이었는데, 저는 독어와 불어를 다 안 배웠거든요. 서울대에 갈 실력도 안 됐지만, 서울대 시험을 보면 60점짜리를 빵점 맞게 생겼으니, 서울대 법대 다음으로 좋다는 법대인 고려대 법대에 진학했죠.

조영남 검사나 정치인의 삶을 살면서 일 다음으로 즐거운 일이 뭡니까? 나는 영화 보는 거랑 젊은 여자랑 데이트하는 건데….

홍준표 저는 영화를 1주일에 한 편씩 봅니다.

조영남 놀라운 일이네. 극장에서?

홍준표 네, 바쁠 때는 못 가지만, 보통 한 달에 세 번은 극장에 갑니다. 어릴 때부터 극장을 참 좋아했거든요. 선배님은 아시겠지만, 우리 어릴 때는 천막 가설극장이 있었잖아요? 그때부터 시작해 지금도 집사람이랑 얘들이랑 슬리퍼 끌고 동네 극장에 가요. 또 노래방에 가는 것도 참 좋아하고요. 지금도 노래방 가면 가사 안 보고 500곡은 부를 자신 있습니다.

조영남 이야~.

홍준표 1954년부터 1978년까지 노래는 가사 안 보고도 부를 자신이 있습니다.

조영남 어쩐지~ 홍준표 대표한테 끌리는 매력이 있더라고.

홍준표 1971년도에 MBC에 김경태 PD라고 있었어요.

조영남 MBC 유명한 코미디 PD? 그분, 전설 같은 사람인데. 아마, 암으로 돌아가셨지?

홍준표 네 맞아요. 그 양반이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나왔어요. 1972년도 고려대 법대 신입생환영회에 와서 저를 보시더니 “니 11월에 MBC 개그맨 콘테스트 하니 거기 와라” 하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말하는 것이 재미있으니 개그맨 콘테스트를 보라는 말이었어요. 그게 MBC 2기 개그맨 콘테스트였죠. 그때 갔으면 제가 이용식·김병조 동기가 됐을 겁니다. 당시만 해도 대학생 연예인이 좀 먹혔잖아요?

조영남 그런데 왜 안 갔지?

홍준표 사실 진지하게 갈 생각이었어요. 그거 하면 돈 많이 줍니까 하고 물었더니 김경태 선배가 많이 준다고 했거든요. 촌에서 올라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가정교사를 두 군데씩 뛰면서 매일 헐떡거리며 하숙비 벌고, 등록금 벌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1972년 10월17일 유신이 딱 터지면서 대학생 소개령이 내렸죠. 그래서 고향에 내려가 있느라 11월에 있는 MBC 에 응시하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제 인생이 또 한번 바뀌었죠.

조영남 옳지! 하면 잘했을 거야. 그런데 이명박정부에 희망을 걸어도 되나?

홍준표 이명박정부는 앞으로 5년은 이번 연말이 고비입니다.

“이용식·김병조와 MBC 개그맨 2기 동기 될 뻔”

조영남 이번 연말?

홍준표 네. 연말에 체제를 정비해야 합니다. 재정비하면서 내각을 소신 있고 깨끗한 사람으로 충원해야 돼요. 그러면 한국 보수가 앞으로 20년은 집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조영남 그게 가능하다고 봐요? 당신은?

홍준표 이명박 선배께서 발상의 전환을 하시리라고 봅니다. 저도 끊임없이 말씀드리고 있고요.

조영남 마지막 질문! 나는 지금 이명박정부의 가장 큰 결함 중에 하나가 형이 옆에 있다는 건데, 그 문제에 대해 홍 의원은 어떻게 보나?

홍준표 이상득 의원은 친인척 관리 차원에서 보셔야 합니다. 이상득 의원이 국회의원을 안 하면 더 말썽이 나요. 대통령의 형이니까. 전두환 대통령 때 전경환, 노태우 대통령 때 노재우 아닙니까? DJ 때도 2인자가 있었죠.

조영남 그랬지.

홍준표 그런데 이상득 부의장은 이명박 대통령보다 정치 선배입니다. 단적으로 이 부의장은 동생 힘을 빌린 적이 없어요. 오히려 동생이 형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죠. 그런 양반을 포항에 내려가 계시게 하면 대한민국에 이권 가진 사람들은 전부 포항으로 달려 내려갈 것입니다.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합니까? 차라리 공식 석상에 계시게 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감시하고, 언론이 감시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이상득 의원의 힘이 빠지는 겁니다.

조영남 아하~. 그럴 수도 있네. 이런 질문 많이 받지요?

홍준표 지난 총선에서 이상득 부의장을 공천하지 말자고 할 때 안 주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긴다고 차라리 공천하고 투명하게 관리하자고 주장했던 사람이 저입니다.

조영남 아하~. 그런 괴변을 펴서 원내대표가 됐구먼. 하하하.

홍준표 그렇지 않습니다. 원내대표는 이상득 부의장 도움 없이 됐어요.

조영남 정말,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 당신이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잖아? 그 이미지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홍준표<모래시계> 드라마 때문에 다른 부담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딱 하나가 있는데, 그게 그 드라마에서 제가 페미니스트로 그려졌거든요. 그런데 저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에요. 제가 집사람한테 예의 갖추고 다 해주지만, 어디까지나 가부장주의자입니다. 선배님, 이제 가입시다. 그리고, 나중에 꼭 선배님 리사이틀 할 때 저 노래 딱 세 곡만 부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조영남 알았어. 노래방에서 나랑 한번 붙어서 나를 이기면 내가 꼭 리사이틀에 불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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