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山童 오태학 개인展-한국화 현대화 작업36년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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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스턴트 식품과 1회용 상품들이 범람하고 순간의 쾌락을 좇는군상들이 넘치는 시대.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1천여년을 견디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끈질긴 생명력을 뽑아내기 위해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작업한 작품.한국화의 현대화작업에 36년 간 매진해온 중진 한국화가 산동(山童)오태학(吳泰鶴.58.중앙대 예술대 교수)씨의 예술세계를 평가하는 시각들이다.
산동의 장인기질과 충일한 회화정신을 돌아볼 수 있는 다섯번째개인전이 11일부터 갤러리 목시에서 열린다.이번 전시는 70년대 이후 산동의 예술세계를 대표해온 천연암채(天然岩彩)작업과 함께 거의 발표하지 않았던 수묵화 작업을 선보이 는 자리여서 관심을 모은다.근작 암채화 20여점과 본격적인 수묵작업 30여점을 동시에 발표,그의 작가적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다. 수묵화는 지난 89년 이후 일곱번에 걸쳐 돈황의 벽화를 비롯,중국을 돌아보며 접한 중국풍물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서호의 석양」등.이국의 풍물이면서도 한국적인 미를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가의 예술관으로 재구성한 것이어서 낯설게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숲을 떠나야 숲을 볼 수 있듯이 중국에서 우리의문인화풍에 젖어보니 훨씬 감각적이고 잘 받아들여졌다』고 산동은말한다.지난 25년간 작업의 연장인 암채화는 서양화처럼 화면 그득히 한국화의 여백을 연상시키는 옥색 또는 갈색 배경속에 목마를 타고 놀거나(『목마』) 생선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벌거벗은 아이(『古蘇魚童』),몇개의 대담한 필선으로 표현된 산과평화로이 떠있는 초가(『장산초가』)등을 선보인다.민화나 설화에서 따온 소재들을 다 뤄 동화세계의 천진성 또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창호지의 두배 정도 되는 두께로 떠낸 닥나무 한지를 아교로 세번이상 배접한 후 다시 흰 수정분말을 여러번 도포하는 장인적인 작업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 산동의 화폭.그 위에 천연암석을갈아 아교로 갠 암채를 한겹씩 입혀가며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색채와 입체감의 맛이 어울린 조형세계를 펼쳐보인다.30일까지.(02)569-0592.
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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