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미사일각서 폐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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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미(韓.美)간의 미사일협상이 곧 서울에서 열린다.우리는 이번 협상이 장차 한국의 우주개발과 미사일개발에 막대한 영향을미친다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갖는다.한.미간에는 90년 「한미미사일 양해각서」라는 것이 체결돼 우리는 사정 거리 1백80㎞,탄두중량 5백㎏이상의 「어떤 로켓 시스템」도 개발이 금지돼 있다.즉 군사.과학.산업용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이상의 로켓을개발치 않는다는 약속이다.
우리는 먼저 어떻게 이런 식의 일방적인 각서가 교환됐는지 그동안 정부의 저(低)자세외교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정보통신사회에서 위성통신 등 우주개발은 필수적이다.일본도 이미 고도 3만6천㎞의 지구정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 를 개발해놓았다.더구나 우리로서는 북한의 미사일기술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북한은 사정거리 1천㎞의 노동시리즈를 개발했고 미사일을 중동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유독 우리에게만 각서에 의거해 1백80㎞이하의 로켓 개발만 요구하고 있다.물론 우리는 대량살상무기의 적재가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의 세계적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때문에 우 리 정부는 국제적으로 미사일확산을 규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해 국제적인 규칙을 지키고자 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한.미협상에 앞서 먼저 우리 정부에 우리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우주개발을 위해서뿐 아니라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도 양해각서는 폐기돼야 한다.
외교문서라는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당연히 수정돼야 한다.이미 과학.산업 측면은 물론,최소한 방어를 위해서도장거리 로켓의 개발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북한 등 한국의 주변국은 놔두고 유독 우리정부에만 해묵은 각서를 들이대며 윽박지르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그것은 결코 우방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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