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부패 근절은 정책 투명성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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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국제기업활동에서 부패를 몰아내자는 소위 「클린 라운드」(Clean Round)를 발족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있다.「청렴」에 관한 국제규범을 만들자는 새로운 다자간무역협상,줄여서 「 CR」로 불린다. OECD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그 규범은 이미 깨끗한국제경영관행이 정착된 기존의 OECD 회원국들보다는 개도국,특히 우리나라 같은 국가를 잠재적인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개도국의 주요 정부사업에 한국등이 계속 주문을 따내는 것은 뇌물을 떠나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사다.마침 우리나라가 별로 청렴하지 않다는 국제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제투명성(Transparency International)위원회가 조사한 54개국중 우리나라는 27위에 랭크됐다.
민원 때문에 관공서 출입이 잦은 사람들은 몰라도 소득 1만달러 얘기에 혹하던 사람들로서는 의외고 기분나쁜 일이다.더구나 TI 청렴도 조사결과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동사무소.구청 등의 민원창구에서의 모습과도 거리가 있는 것이다.스스로 느끼는 청렴도와 밖에서 비교해 본 것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조사에서 뉴질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고,아시아국가중에서는 싱가포르가 8위로 유일하게 10위권에 포함되었다는점은 흥미롭다.이들 두나라 모두 청렴한 것으로 알려졌기보다는 나라 안팎으로 가장 규제가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국가들이기때문이다.
특히 뉴질랜드는 80년대말 이후 꾸준하게 개혁을 추진해온 나라다.그 핵심은 「작은 정부로서의 재탄생」이었다.과감하게 민영화를 실시하면서 동시에 사실상의 모든 규제와 보조금을 철폐했다.민간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을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
뉴질랜드의 개혁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재정수지를 수시로 국민들에게 알림으로써 스스로 「성적표」를 매기고 있다.그 결과 OECD 회원국중 재정수지.성장.안정 등 면에서 최고 양질경제를 일구어낼 수 있 었다.
그러한 뉴질랜드니 다른 나라에 비해 청렴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정부가 민간경제에 개입하지 않으니 민간이 정부에 잘 봐달라할 필요도 없고,정책의 결정과정뿐 아니라 그 결과도 투명하니 거기에 사사로운 「정」이나 이권이 개입될 수 없 다.
우리도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더욱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부패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어떨지.이는 민간경제에 대한 개입을줄이겠다는 문민정부 출범 때의 다짐과도 궤를 같이 하는 일이다.
김정수 본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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