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국방 “현역장교 동조 용납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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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둘째) 등 군 수뇌부가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여간첩 사건 관련 군 고위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의자에 앉고 있다. 오른쪽부터 임충빈 육군참모총장, 이 장관, 김태영 합참의장, 정옥근 해군참모총장. [김태성 기자]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28일 “탈북 위장 여간첩 사건에 군 현역 간부가 연루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김태영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군 수뇌부 긴급회의에서 “여간첩이 수상하다는 점을 포착하고도 이에 동조한 것은 분명한 이적 행위며 현역 장교로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건은 북한이 변함없이 대남 혁명 역량을 강화하려 우리 사회 내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군 간부 누구라도 저들(북한)의 포섭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간첩 사건과 관련한 군의 조치와 대책에 미흡한 점이 있다”며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해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이 장관은 “간첩이 군부대 강연에서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지만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며 “추후 이를 어떻게 걸러낼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전군 장병을 대상으로 대대장급 지휘관이 주재하는 특별정신교육을 실시해 위장 간첩 남파 및 군대 침투 사례를 교육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응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군부대 안보 강연에 활용하는 탈북자 출신 강사의 신원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발언 내용 등을 검증하는 체제를 마련할 것”이라며 “해외 파병 장병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12월 발간될 ‘2008 국방백서’에 북한군이 실체적인 위협임을 명시할 계획이다. 다만 2004년 국방백서에서 삭제돼 논란이 됐던 ‘북한=주적’ 표현을 다시 백서에 올리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당국자는 “북한군을 주적으로 표기하느냐 여부는 단지 표현상의 문제일 뿐이며 현실적인 위협 인식이나 대비 태세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여간첩, 정부당국 승인 통해 대북 교역=탈북 위장 여간첩 원정화는 통일부에 대북 교역 업체로 등록해 북한과 물품 교역까지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원정화가 정선무역이란 업체를 등록해 2005년부터 2년간 냉동문어(자동 승인 품목) 22만 달러어치를 수입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27일 원정화가 중국 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 수억원 상당의 북한 물건을 거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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