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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서 ‘독도 노래’ 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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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역바위 촛대바위 김바위~동도에 모여라 서도에 모여라~모두 모두 독도에 모여라~동도와 서도는 형제 섬~독도를 이루는 가족이다~코끼리 바위 지네바위 물오리 바위~모두 모두 독도에 함께 산다~”

노래를 뽑는 이는 고(故)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만든 작곡가 김현성(사진)씨. 서정성 짙은 노래를 만든 김씨가 독도 노래를 만들었다. 그가 즉석에서 불러준 노래는 완성된 세 곡 중 ‘독도바위 노래’로 ‘독도는 할아버지의 집’과 ‘독도 찬가’와 함께 이달 초 독도에 머물면서 완성한 곡이다.

“이 노래는 흥겹게 불러야 해요. 어떻습니까. 독도의 부속 도서 이름이 머릿속에 쏙 들어오죠. 방송 촬영 때문에 사흘간 독도에 있었어요. 노랫말이며 멜로디가 번뜩 떠올라 악보를 그렸죠.”

독도 전문가가 다 된 그가 노래 가사에 대해 설명했다.

“지네바위에는 지네가 안 살아요. 이진해라는 분이 그 바위에서 미역을 채취했었다고 진해바위라고 불렀다네요. 진해가 지네로 표기된 것이죠.”

그는 매어 놓은 밧줄 하나만 붙잡고 험준한 서도를 수차례 등정했다. 독도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오르내려 보니 독도가 암초라고 하는 주장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실감했단다.

“서도만 등정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려요. 세상에 그런 암초가 어디 있답니까.”

김씨는 각종 규제 탓에 우리 땅 독도의 구석구석을 느끼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워 노래를 만들었다.

“독도에 가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잖아요. 그리고 설령 독도에 발을 디딘 사람도 20분밖에 못 머문다네요. 사진 몇 장 찍고 만세 외치고 곧바로 배를 타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노래만 들으면 독도에 가 보지 않아도 독도 지리와 현지 어민의 삶을 훤히 알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독도 어민의 일상을 소재 삼아 만든 ‘독도는 할아버지의 집’에는 독도 어민이 아침에 방어 낚시를 가는 풍경이 생생히 묘사돼 있다. 노랫말 속의 ‘왔다 왔어 아주 큰놈이다’는 표현은 독도 어민이 방어를 낚아 올릴 때 하는 말을 그대로 악보에 옮긴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김장훈씨처럼 독도에 애정 있는 가수가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완성된 3곡에다 현재 작업 중인 3곡을 더 추가해 음반으로 만들고 싶지만 제작비 때문에 고민이다.

“가슴에서 나온 목소리로 부른 독도 노래를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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