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모발로 천재성 확인될까-미국서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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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악성(樂聖)루트비히 판 베토벤.1827년 56세를 일기로 사망한 그의 천재성을 둘러싼 다양한 얘기가 많은 서적과 영화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그러나 베토벤을 둘러싼 수많은 루머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채 떠돌고 있는 것 도 사실이다. 이제 베토벤의 머리카락 5백82가닥이 애리조나주 투산에 있는 한 실험실로 옮겨져 정밀분석에 들어간다는 소식은 이러한 루머를 부분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세인의 관심은 머리카락 분석을 통해 그의 음악성의 원천을 밝혀내는 것보다 오히려 독신으로 살았던 베토벤의 건강과 성생활등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 모아지고 있다.심한 매독을 앓았고 납중독으로 인해 귀가 먹었으며 만성 설 사를 이겨내기 위해 독한 약을 복용했는지 등 머리카락 분석이 그의 병력(病歷)과 개성까지 밝혀내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확인된 기록은 베토벤이 간경변과 만성 담석증 및 장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했다는 것이다.그러나 1800년대초 진통제로 흔히 사용되던 모르핀이 머리카락 분석에서 나타났다는 보도는 없다.
한편 머리카락의 일부는 머지않아 일리노이주 네퍼빌소재 한 실험실로 옮겨져 정밀분석에 들어갈 예정인데 당시 매독치료제로 쓰이던 수은이 발견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베토벤의 성생활에 관한 뚜렷한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천재로부터 일반인과 유사한 점을 찾으려는 세인의 관심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하겠다.
과학적으로 15㎝ 길이의 머리카락은 베토벤 생애의 마지막 반정도의 병력을 헤아릴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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