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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청장 사퇴요구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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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와 불교계 사이에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조계종과 경찰청 사이에도 ‘앙금’이 쌓이고 있다.

27일 조계종 관계자는 “경찰에 대한 불교계의 불만은 범불교도 대회로 인한 단순한 ‘신경전’이 아니다”고 말했다. 불교계의 대정부 요구사항에는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이 포함돼 있다. 또 “어 청장이 조계종을 방문해 유감 표명을 할 것”이라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표에 대해 “절대 불가”로 받아쳤다. 올해 초부터 쌓인 ‘앙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06년 조계종 총무원장은 경찰청 법당에서 400명이 모이는 대규모‘부처님 오신날 법회’를 열었다. 이 법회는 2007년에도 열렸다. 그런데 올해는 무산되고 말았다. 조계종 관계자는 “‘부처님 오신날’은 다가오는데 실무를 담당할 경찰청의 불자회장 선임이 늦어졌다. 어 청장 취임과 인사 이동 후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있더라. 결국 일정이 너무 급박해 법회가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대신 경찰청 간부들과 조계종 총무원 스님이 식사를 함께하는 ‘조찬 법회’가 마련됐다. 그러나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여기에 불참했다. 주위에선 “그때부터 경찰청에 대한 조계종의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걸로 보인다”고 말한다.

지난 6월 ‘전국 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에 어 청장의 얼굴이 등장하자 불교계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부처님 오신날 법회는 못 했는데, 경찰복음화 포스터에 경찰청장의 얼굴이 등장하니 불교계에선 꽤 섭섭했다”고 말했다. 어 청장은 천주교신자다.

그러던 차에 경찰의 ‘총무원장 차량 검문’이 터졌다. 총무원장 차량이 조계사 밖으로 나간다고 미리 경찰에 통보했으나, 조계사 내에 머무는 촛불시위 관련 수배자들을 검거하려던 경찰은 “총무원장 차량일수록 더욱 검문검색을 해야 한다”며 트렁크를 열었다. 조계종 측은 “이 사건이 결국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불교 관련 시민단체와 신도단체까지 발끈한 것이다.

‘앙금’은 계속 쌓여갔다. 27일 ‘범불교도 대회’를 앞두고 경찰 측은 전국적인 회유 활동에 돌입했다고 한다. 조계종 총무원의 총무부장 원학 스님은 “충청도 모 지역의 경찰서장은 관할 구역 내 사찰의 주지 스님을 공양(식사)자리에 초청, ‘대회 참가를 말아 달라’는 요청을 묵시적으로 던졌다. 이런 일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검문’ 직후에도 “차분하게 대처하라”고 말했던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태도도 최근 크게 바뀌었다. ‘범불교도 대회’와 관련해 “지금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다. 종교 편향을 방치하는 것은 불조(佛祖)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청에 대한 조계종의 입장도 마찬가지로 강경하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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