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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절반의 성공 잊고 완벽한 대회 이루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절반의 성공이라 해야 할까,절반의 실패라 해야 할까.
지금 우리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은 절반의 성공이 주는 성취감보다는 절반의 실패감이 주는 좌절감쪽이 더 깊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라고 할 수 있는 결과가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최악이라고 고개를 흔들고픈 심사를 어쩔 수없는 것은 손을 잡아야 하는 상대가 바로 일본이라는 점 때문이다.하지만 이제는 허탈한 마음을 가다듬고 두가지 면에서 냉정하게 생각해봐야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첫째,누가 뭐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사실 주앙 아벨란제 국제축구연맹(FIFA)회장과 일본사이에 이미 마스터플랜이 짜여져 있던 2002년 월드컵의 유치경쟁에 우리가 뒤늦게뛰어들었을 때는 아무도 오늘의 선전을 내다보지 못했다.후발 주자임은 물론이고,전체적인 국력에서나 스포츠외교에 있어서나 한발짝 뒤떨어져 있는 우리의 참여가 당시로서는 들러리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듯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이후의 모든 이벤트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듭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으로 이끌지 않았던가.
정몽준(鄭夢準)축구협회장은 FIFA 부회장에 당선된 후 일약세계축구의 중심인물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열세이던 외교전쟁을 오히려 우세로 이끌었다.
젊은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대로 94미국월드컵에서 선전을 하고96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을 통쾌하게 격파하는가하면 각종 초청경기에서 세계적인 명문팀들을 상대로 명승부를 연출하면서 전통적인 경기력의 우위를 거듭 확인해 주 었다.
그리고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2002년 월드컵 한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던 팬들의 모습은 얼마나 감동적이었던가.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그 외교력,그 경기력,그 열기는 그대로남아있다.
무력감에 젖을 일이 아니다.
한국과 한국축구는 이번 유치경쟁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지울 수없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둘째,비단 월드컵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어차피 우리는 이웃인 일본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쟁을 하든 협조를 하든 우리가 일본과 접촉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월드컵의 공동개최는 한.일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시금석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즉,정치.경제.문화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조직위원회는 끝까지 50대50의 지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수입과 지출등 재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개회식과 결승전등의대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양국을 오가는 대회에서 안전문제는 어떤 차원에서 관리할 것인지….
경제대국 일본과 이 모든 부분에서 어떻게 대등하게 맞서면서 대사를 이끌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은 한.일관계에 있어서 두고두고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 틀림없다.
편협한 국수주의도 아니요,무분별한 추종도 아닌 이성적인 태도로 일본을 대하면서 월드컵을 이끌어가야만 한다.
절반의 실패에 연연해 절반의 성공을 내던져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
어쨌든 무대는 두곳이 된다.
이제야말로 진정한 경쟁의 시작이다.
우리에게 있어 월드컵은 이제 축제임과 동시에 큰 숙제가 되는것이다. (소설가) 일본 외면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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