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동평화에 어두운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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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스라엘 사상 최초의 총리직선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우익 리쿠드당의 벤야민 네탄야후당수가 승리했다.
이번 선거는 당초 현의회의 임기가 끝나는 10월에 치를 예정이었으나,시몬 페레스총리의 주장으로 앞당겨 실시됐다.페레스는 4년 새 임기를 발판으로 중동평화협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지난 92년 총선 승리로 집권한 노동당주도 연립 정부는 93년 팔레스타인과 잠정자치협정을 체결하고,이어 지난해 9월과 10월 자치확대협정과 이스라엘.요르단평화협정을 체결했다.또 지난달 5일부터 마지막 단계인 팔레스타인의 최종지위에 관한 협상을시작했다.
노동당의 외교는 한마디로 영토와 평화의 교환,즉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를 돌려주는 대신 항구적 평화를 얻는 것이다.이에 대해 리쿠드당은 「안전한 평화」를 주장한다.힘을 바탕으로 하는이스라엘 지상주의를 표방,팔레스타인에 자치는 허 용할 수 있어도 국가건설에 반대하며,골란고원도 시리아에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또 점령지내 유대인 정착촌을 유지.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리쿠드당 출신 이스라엘총리 등장에 대해 아랍권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앞으로 독립국가 건설문제를 놓고 또 한번 싸움을 벌이게 됐다.시리아는 골란고원 반환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평화협상 자체를 결렬시킬 전망 이다.아랍권 전체로 볼 때는 이집트 등 이스라엘에 유화적인 나라의 입장이 약화되는 반면,이란.이라크 등 강경노선 나라들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장래의 평화 대신 눈앞의 안보를 선택했다.하지만 그 선택이 일시적 안전은 가져다줄지 몰라도 영원한 해결책은 아니다.가장 확실한 안보는 아랍세계와의 평화로운 공존이다.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어렵게 쌓아 올린 평화의탑을 무너뜨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새 이스라엘 총리가 관용(寬容)과 평화 공존의 정신으로 중동평화 노력을 계속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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