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79 - 기지개를 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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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있건만 움츠러든 우리의 가슴은 쉽게 펴지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유독 우리나라만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됐으니 우리 경제도 이제 기지개를 켰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기지개를 켜다'는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음으로써 신체를 유연하고 활기차게 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에 있어서는 소비와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등 본격적인 회생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일상적으로는 '기지개를 켠다'보다 '기지개를 편다'는 말을 많이 쓴다. 몸을 펴고 팔다리를 뻗는 동작이 '기지개'이므로 '기지개를 편다'는 표현이 이상할 게 없어 보이지만 '기지개를 켠다'가 더 어울리는 말이다.

'켜다'에는 '불을 붙이거나 밝히다' '물 등을 단숨에 들이마시다' '톱질하여 나무를 쪼개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특별히 '기지개'와 함께 쓰여 '팔다리나 네 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펴다'는 의미가 있다.

'기지개'에 '몸을 펴다'는 뜻이 있으므로 중복을 피하기 위해 '펴다'보다 '켜다'와 어울려 쓰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의미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단어를 가려 쓰는 경우가 있다.

'앙금'은 녹말 등의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층으로, '앙금이 가라앉다'보다 '앙금이 생기다'가 적절한 표현이다. '피해(被害)'도 '해를 입음'을 뜻하므로 '피해를 입다'보다 '피해를 보다' 또는 '피해를 당하다'가 잘 어울리는 말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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