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역 폭발 참사] "3만~4만명 읍내에 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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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와 공장들이 거의 대부분 용천역 주변에 몰려있기 때문에 피해가 훨씬 심각할 것 같습니다."

용천 출신 탈북자들은 23일 용천역 대규모 폭발사고 소식을 접하곤 "예상보다 피해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1996년까지 20여년 동안 용천군에서 살다가 최근 귀순한 김경재(66.가명)씨는 "용천역은 북한과 중국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건너온 거의 모든 물자가 평양으로 가려면 용천역을 지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역 주변에 주택과 공장들이 대거 밀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金씨는 "공장들은 남한처럼 단지를 따로 이루고 있지 않고 주거지 곳곳에 산재돼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용천 출신 탈북자 이낙훈(가명)씨는 "용천역에서 동쪽으로 300~400m쯤 떨어진 곳에는 평양과 신의주를 잇는 자동차도로가 뚫려 있다"며 "철로와 도로 사이에 주요 산업시설과 주택이 몰려 읍내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용천군 전체 인구 13만여명 중 3만~4만명이 읍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李씨는 "용천역 주변엔 30여개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디젤 엔진을 생산하는 '용천기계'가 가장 대표적인 공장으로 꼽힌다. <그림 참조> 역 부근엔 북한 수요의 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유리공장도 있다. 농촌 건설을 전담하는 '농촌건설', 도시의 모든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도시건설'과 양정사업소.일반수매소.상업관리소 자동차사업소.맹인제승(끈을 만드는 공장) 등도 주요 생산시설이다.

?화교들도 큰 피해=신의주 출신으로 2년 전 탈북한 박영남(가명)씨는 "용천엔 화교가 2000여명 살고 있는데, 이번에 가장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상 화교들이 중국에서 생필품을 날라다 북한 사람들에게 파는 보따리 장사에 대거 종사하고 있다는 것. 金씨도 "용천군의 돈은 화교들이 전부 거머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용천역에서 400m쯤 떨어진 읍내 한쪽에 모여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집마다 맹견을 키우고 있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한다.

박신홍.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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