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강물이 원초적 불신-수돗물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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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당국은 가정에 공급되는 물의 수질 자체는 괜찮은데도 그동안 크고 작은 수질오염 사고와 더러운 원수(原水)로 인해 형성된 이미지 때문에 무조건 수돗물을 기피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돗물의 재료가 되는 원수를 이용한 수돗물 제조및 이의 전달과정을 살펴보면 시민들의 단순한 인식만이 수돗물 불신을초래하는게 아님을 알수 있다.
우선 오염된 상수원이 수돗물 수질저하를 가져오는 구조적인 요인. 한강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3으로 2급수를유지하고 있으나 낙동강의 경우 고령지점 7.3등 거의 대부분 구간에서 4급수를 나타내고 있다.영산강도 같은 등급을 보이고 있으며 금강은 3급수 수준이다.이처럼 상수원 오염이 심각할수록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시기 위해서는 확실한 정수처리가 이루어져야한다.수돗물은 일반적으로 약품투입실-혼화지(混化池.물과 약품혼합)-응집지(부유물질과 약품을 엉기게 하는 곳)-침전지-여과지를 통과한뒤 정수지에 저장되었다가 마지막으로 염소소독실에서 살균과정을 거쳐 송수펌프실을 통해 배수지및 가정으로 공급된다.

<그림 참조> 3급수 이하 상수원에 대해서는 활성탄이나 오존등을 이용한 고도정수 처리가 이루어진다.그런데 전국의 많은 정수장은 낡은 시설과 모자라는 인력 등으로 적절하게 정수된 수돗물을 제공하기에 역부족인 실정이다.전국 8백20개 정수장 가운데 20년이상 노후된 곳이 20%에 가깝고 정수방법도 가장 초보적인 염소처리와 분말 활성탄 투입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수로는 원수에 녹아있는 중금속과 농약성분 등 인체유해 오염물질 제거가 어렵다.오히려 부적절한 정수처리로 제3의 해독물질이 생성될 위험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수처리후 급수관을 거쳐 가정에 도달하는 과정에도 수질악화의복병이 도사리고 있다.수도관이 낡았을 경우 정수된 물이 이곳을거치면서 오염되기 때문.
낡은 수도관의 잦은 파열과 누수,그리고 낡은 수도관 자체로 인해 다양한 오염물질이 수돗물로 들어오게 된다.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94년말 현재 상수도관 10만3천여㎞ 가운데 20%에 가까운 2만4백34㎞의 수도관이 노후돼 수돗물 운 송과정에서 녹물발생.오염물질 유입등 수돗물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다.정수된 물을 가두어 두는 배수지(전국 1천5백22개)의 청결상태도문제다.최근까지 법규는 「시장.군수가 배수지에 대해 위생상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모호하게 규정 했을뿐 청소주기등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불결한 배수지가 많았다.올 2월에야 「정수지는 연 1회,배수지는 연 2회 청소하도록」하는 지침이 마련돼 지난 4월말까지 배수지 95%가 청소를 끝냈다.
아파트.공중시설의 단수등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해 지하.옥상에설치하는 저수조의 관리상태도 가정 등의 최종 관말(管末)수질을좌우하고 있다.연 2회 청소가 의무화돼 있는 저수조는 전국에 14만4천5백86곳으로 대부분 청소를 실시하고 있으나 여기서 제외된 20가구 미만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의 소형 물탱크 청소상태는 불량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의 수질은 양호하나 공급과정에서 수질이 악화되고 있어 낡은 수도관 개량 등에 힘쓰고있다』고 말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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