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형호제’ 홍준표·원혜영 9월 원내 대결 관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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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17면

이번 주 정치권은 호흡을 가다듬는 기간이다. 82일을 끌던 원 구성 협상은 19일 타결됐다. 여야는 오랜만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다음주 시작하는 9월 정기국회를 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8~29일 각각 천안과 홍천으로 의원 워크숍을 떠난다. 18대 국회 첫 원내 격돌을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차원이다.

국민의 관심은 여야가 어떻게 국정을 감시·견제하고 대안을 모색해 갈지에 쏠려 있다.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싸우면서 생산적인 국회의 모습을 선보여 주길 고대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로서 ‘프로 정치인’답게 수준 높은 의정활동을 펼쳐 달라는 요구다. 여태껏 이 같은 바람은 늘 백일몽으로 끝나곤 했지만 이번만은 여의도에 정치의 꽃이 활짝 피어 나길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올해도 ‘구호만 난무하고 헛심만 쓰는’ 비생산적인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거여(巨與)의 힘’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의욕에 충만해 있다. 민주당은 ‘소야(小野)의 비애’를 맛보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할 태세다. 강대강의 대결은 뻔한 결말만 예고할 뿐이다.

자동차 엑셀은 밟을 땐 짜릿하다. 하지만 브레이크의 소중함을 모르면 커브조차 돌지 못하고 전복되고 만다. 여야 기세 싸움에도 브레이크와 윤활유가 필요하다. 바로 홍준표·원혜영 원내대표의 몫이다. 4개월에 가까운 정기국회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주하려면 이들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협상 대표에게는 전권을 맡겨야 제대로 된 조직이다. 의원들이 왜 원내대표를 직선제로 뽑았나. 일단 추대했으면 믿고 맡기는 게 상식이다. 툭하면 흔들어 대는 모습은 어떤 명분에서든 보기 안 좋다. 지난달 31일 1차 여야 합의에 어깃장을 놓은 청와대나 이달 11일 2차 합의를 하루 만에 틀어 버린 민주당 강경파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침 두 원내대표는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사이다. 세 살 연하인 홍 대표는 원 대표를 “형님”이라고 부른다. 양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들도 “지금의 파트너라면 잘해 볼 만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럴 땐 한 번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다. 양보하면서 민심을 얻는 게 여당이고, 지면서 이기는 게 야당이다. 기왕 싸울 거면 멋지게 붙어 보란 얘기다. “정치인들 싸움도 구경할 만하네”라는 탄성이 나오게 말이다. 프로 경기가 재미없으면 관중은 외면하는 법이다. 요즘은 딴 볼거리도 많다.



▶이번 주 
●26일 국회,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 ●28~29일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총리실·농림식품수산부 기관보고 ●28~29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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