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못난 대로 살아도 너를 정말 사랑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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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괜찮다, 다 괜찮다
공지영·지승호 지음, 알마
392쪽, 1만2000원

소설가 공지영의 ‘위로 3부작’ 완결판을 표방한 책이다.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푸른숲)과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오픈하우스)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공지영의 생생한 육성을 옮겼다.

공지영의 위로 방식은 독특했다. 독자를 향해 “힘내라”라며 격려해주지도, “잘했다”라며 추켜주지도 않는다. 예의 그 솔직함으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을 뿐이다. 잘난 순간도, 지옥 같은 기억도 그저 삶의 일부분으로 풀어냈다. 그 속에 독자의 고민까지 “괜찮다, 다 괜찮다”라며 감싸안게 만드는 ‘위로와 응원’이 녹아있다.

이야기는 거침이 없다. “과일 칼로 그어서 아프기만 하고”라며 자살 시도 경험까지 담았다. 그의 작품에 대한 평단의 ‘홀대’도 언급했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는 칭찬 안 해줘서 너무 좋다. 칭찬받는 고래처럼 춤추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헤엄치는 고래가 되겠다. 넓은 바다로 내 맘대로 나갈 것이라고요.”(144쪽) 이어지는 고백은 한층 인간적이다. “솔직히 말해서 평론가들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그 사람들한테 비위 맞출 겨를이 없었고. 마감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 원고를 줘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것이 첫째 목적이었지. 이 야심작으로 이번에 내가 문학상을 타야지 하는 생각을 해볼 겨를이 없었으니까요.”(166쪽)

전작들을 통해 이미 드러날 만큼 드러난 그의 사생활은 이제 호기심 거리로서의 효용은 다했다. 하지만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강박을 버리고 “남들 눈에는 하나는 삐뚤어져 보이고 하나는 벌레 먹어 보여도 그게 다 원본이고 완벽한 세상을 이루는 요소”라는 깨닫음을 얻게 된 일련의 과정으로서는 훌륭한 소재다. 그가 가톨릭 신자가 된 사연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됐다. “네가 못난 대로 살아도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하고 정말 응원한다”는 신의 목소리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에게 신은 자유이고 평화다. 가톨릭 신자가 세 번이나 이혼했다고 심기 불편해 하는 사람들을 향해 “다른 죄는 다 용서하면서 이혼은 용서가 안 되냐”고 되묻는다. 그리고 “네가 이혼하는 것도 싫지만 네가 불행한 것은 더 싫다”고 말한 그의 아버지에게서 신의 속성을 찾아냈다.

그가 시종일관 전하는 “괜찮다”는 메시지는 분명 “잘한다”보다 격려가 된다. ‘잘하지 않아도 좋다’란 속뜻이 부담 없어 편안하기 때문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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