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의원은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서구 민주주의가 싹트던 무렵부터 의원들에게 이런 특권을 인정해 온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왕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근대 이후엔 왕 대신 행정부의 공권력으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특권을 계속 인정해 왔다.
그러나 착각해선 안 된다. 특권은 입법부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결코 의원 개인이나 정당의 비리를 감싸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문 대표의 경우 이미 구속된 같은 당 이한정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6억원을 받아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가 문을 열기 전 문 대표는 아홉 차례에 걸친 검찰의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문 대표는 직접 이 의원에게 재정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어음을 빌려 채권매입금과 기탁금 형식으로 돈을 냈다. 형식적으로는 당이 받은 셈이다. 문 대표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근거다.
이는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가 양정례·김노식 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방식과 거의 같다. 서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서 대표가) 공직선거법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했다”고 꾸짖었다.
‘클린 정치’를 주장해 온 문 대표는 이미 검찰에 출두해 ‘클린 정치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국회는 지난 13년간 비리 혐의 동료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를 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와 무관한 집단이기주의다. 이제 국회는 문 대표에 대한 체포에 동의함으로써 클린 정치를 살리는 동시에 그간의 오명을 씻어야 한다. 그것이 의원들에게 특권을 허용해 온 국민의 뜻에 따르는 길이다. 그리고 검찰은 이번 사건을 문 대표와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던 이재오(한나라당) 전 의원 살리기로 의심하는 일부 음모론을 불식할 수 있도록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