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용천 사고, 남쪽이 발 벗고 도와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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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의 용천역에서 열차 가스폭발 사고로 3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역 근처에 아파트와 공장이 모여 있어 막대한 인명피해가 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북한의 식량난과 자원난 속에서 졸지에 이런 엄청난 사고를 당한 주민들이 얼마나 비통해할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특히 병원시설의 낙후와 의약품 부족으로 용천 지역은 일대 참상이 빚어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장 우리의 관심은 중.경상자들의 치료와 구호물자의 확보다. 우리는 그동안 대만.이란 지진 때 구조대를 파견하고 각종 구호품을 전달한 바 있다. 이런 마당에 동포인 북한 주민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인도적 지원 방안을 강구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정부는 모든 대북 채널을 동원, 인도적 차원에서의 지원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특히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한명이라도 살리는 데에는 시간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대북지원에는 '퍼주기'니 '전용'이니 하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지원은 순수한 인도적 지원인 만큼 우리 내부의 컨센서스 확보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뿐만 아니라 각종 민간단체가 지원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발상 전환이다. 북한은 과거처럼 진상을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이번 사고의 발생 경위와 피해 상황을 밝힌 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온당하다. 북한에선 그동안 이번 사건과 맞먹는 각종 사고가 있었으나 북한 당국은 '그런 사실이 없다' '외부의 모략'이라는 식으로 넘어갔다. 이제 북한은 이런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큰 사고가 나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피해 주민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조금이라도 진정시켜 주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는 점을 명심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