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왜 性比는 1대1이 될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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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는 잘 먹어서 오동통 살이 오른 모습으로 부모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반면, 여자 아이는 비쩍 말라서 얼빠진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부모의 애정 결여가 명백해 보이는 모습이다”(사라 하디의 논문에 실린 인도 쌍둥이 남매, 193쪽). 19세기 영국이 인도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기 시작할 즈음 인도 곳곳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유아살해에 영국인들은 경악했다. 인도에 문명을,인도의 딸들에게 희망을. 그것은 그대로 식민지배를 감춰주는 알리바이가 됐다.

그러나 하세가와 마리코는 『당신이 솔로일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이유』에서 유아살해라는 극단적 성편애는 ‘비정상이 아니라 적응의 결과’라고 말한다. 문화는 자연과 마찬가지로 삶을 결정 짓는 거대한 환경이다. 유아살해도 ‘유리한 삶’을 위한 진화의 한 단면일 뿐이다. 다양한 생물이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선택적으로 진화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문화를 보는 시각에 도덕적 잣대를 제거하고 여기에 진화의 맥락이 더해진다. 바로 그 곳에서 성비(性比)에 대한 또다른 지평이 펼쳐진다. 하세가와의 이러한 결론은 성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에서 시작한다. 남녀는 왜 분리된 걸까. 왜 남성에 치우친 성비가 나오는가. 저자에 의하면 성이 발생한 것은 번식을 위해서가 아니다.

번식을 위해서라면 자가생식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성의 본질은 재조합에 있다. 생식을 통해 꾸준히 유전자 구성을 바꿔가면서 끊임없이 자기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성의 존재 이유다. 이것이야 말로 예측 불가능한 외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성비가 1대1로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단순한 생물부터 점진적으로 성비에 관한 물음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물음표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느낌이다. 확률상 반반이어야 할 X·Y염색체가 왜 다르게 발현하는가. 왜 XY(남성의 성염색체)의 결합률이 높은가.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 결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가 등. 하지만 성과 성비에 대한 진지한 물음.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그 부분적 성과와 한계. 더 나아가 문화를 보는 또다른 시각까지. 이런 것들을 만나는 것만으로 이 책을 보는 것은 충분히 보람차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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