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블로그] 5% 부족한 현대차의 거함 V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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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내년 2월 에쿠스 후속으로 출시할 대형차 VI(프로젝트명)의 어렴풋한 외곽 디자인과 제원이 나왔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람한 각진 디자인(대표적으로 팔뚝만한 깜빡이)으로 거리를 누빈 에쿠스에 비해 유선형으로 변모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유선형은 2000년 이후 현대차 세단 디자인의 대세입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제네시스를 몸집 불려 놓은 분위기와 비슷하네요.

물론 크기는 엄청 커졌지요. 현대차는 VI가 전장 5160mm, 전폭 1900mm, 전고 1495mm로 기존 에쿠스 대비 전장이 40mm, 전폭 30mm, 전고 15mm 늘어나 국산 세단 중 최대 규격이라고 합니다. 체어맨W보다도 당연히 큽니다.(아래 표 참조)

VI는 제네시스의 후륜 구동 플랫폼을 많이 참고했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이번에도 VI에 첨단 옵션을 다 달았습니다. 그래서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와 경쟁을 할만한 야심작이라고 자랑합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야심입니다.이 차에는 제네시스에 사용한 3.8 람다(λ)엔진과 4.6 타우(τ)엔진이 달립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3.8과 5.0 리무진 모델도 나옵니다.

가격대는 기존 에쿠스보다 10% 이상 비싸 최고급형은 1억원대를 훌쩍 넘고 기본형도 7000만원 이상일 것이라고 하네요. 현대차는 2000년 이후 신차를 내놓으면서 10% 정도 가격을 올리는 것은 상식처럼 여깁니다. 여러 번 지적을 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네요. “현대차를 사지 않으면 더 비싼 수입차를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생각해보라” 뭐 이런 식이죠.

그럼 VI가 벤츠와 경쟁할만한 럭셔리 세단인지 따져 봅시다.

먼저 나온 제네시스를 타보면 세계적인 명차에 비해 주행성능이나 마무리, 기능 등에선 떨어질 게 없을 정도입니다. 잘 만든 차 입니다. 문제는 차만 잘 만들면 잘 팔리고 기능만 좋으면 럭셔리카가 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현대차는 VI에 차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차량통합제어시스템(VSM2, Vehicle Stability Management Ⅱ), 프리세이프 시트벨트(PSB, Pre-Safe Seat Belt) 등을 달았다고 합니다.

프리세이프 시트벨트는 급 브레이크, 미끄러짐과 같은 위험상황 직전에 시트벨트를 잡아당겨 실제 충돌시 승객을 보호하고 급제동, 급선회 시에도 시트벨트를 감아 운전자의 전방 및 측면 쏠림을 방지해줍니다. 또 차선을 이탈하거나 레이더로 사고 등 위험상황을 감지하면 시트벨트를 여러 번 되감아 촉각 경고를 합니다. 이 기술은 이미 2002년 일본에선 대부분 고급차에 상용화됐습니다. 독일차는 2000년 벤츠가 가장 먼저 상용화를 시작했습니다.
차량통합제어시스템은 고성능 레이더가 탑재된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Smart Cruise Control)를 적용해 경고등이나 경고음을 통해 위험상황을 알려주고 차량을 자동으로 감속시킵니다. 이건 제네시스에 달려 나온 것이죠.해외선진업체는 말할 것도 없구요.

이밖에 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은 주행중 졸음 등으로 차선을 이탈할 때 운전자에게 경보표시 및 경보음을 알려주는 기능을 합니다.

VI에는 세계 고급 자동차에 사용된 기술이 대부분 달렸습니다. 그래서 비쌉니다. 문제는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세계 처음 선보이는 신기술이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선행하는 기술이 없는 차가 럭셔리차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느냐는 점이죠.

선행 기술 없이 기능만 많으면 고급차 아닌 고가차일 뿐

이런 점에서 제네시스가 2% 아쉬움이라면 VI는 5% 아쉬움이 남는다고 할까요.

벤츠ㆍBMW는 기능이 많고 가격이 비싸 럭셔리카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두 업체는 항상 자동차 신기술을 선도해왔습니다. 벤츠에서 신차를 발표할 때 언론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이번에는 어떤 신기술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로열티를 주고 여기저기 모두 달아 놓는 식의 고급차는 체어맨에서 그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기능만 많이 달리면 고급차가 아니라 고가차가 되는 논리죠.

현대차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합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땀이 아닌 피를 흘리며 일하는 노고를 모르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선행 기술 없이는 럭셔리가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도요타 렉서스가 선행기술 없이 고급스러움으로 치장해 1989년 미국에 나왔을 때 언론의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렉서스에는 벤츠BMW에 없던 정숙성과 특급 마무리, 그리고 터치만 하면 덜커덕이 아닌 스르륵 열리는 재떨이 등 세계 처음 시도한 것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2,3년후 스르륵 열리는 재떨이는 벤츠ㆍBMW가 그대로 벤치마킹했지요.

지난해 나온 LS460에는 세계 처음으로 8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벤츠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물론 렉서스는 벤츠에 비해 30%정도 가격이 싼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줄 만한 선행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절대 1류가 될 수 없습니다. 물론 기술이 좋다고 꼭 판매가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행기술 없이 자동차 업계에 생존하기에는 중국의 추격이 너무 빠릅니다.

선행기술은 연료전지나 하이브리드카 처럼 거액을 투자하는 기술만이 아닙니다. 차체 경량화나 안전벨트의 새로운 시도, 작은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습니다. VI 가 출시되기 전까지 아직 6개월이 남았습니다. VI 신차 발표회장에서 세계 첫 기술이라는 보도자료를 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표]
구분 VI 체어맨W
전장 5,160 5,110
전폭 1,900 1,895
전고 1,495 1,495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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