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긴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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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9일 두 번의 시험을 치렀다. 당내 상임위원장 경선과, 스스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공언했던 원 구성 협상이다.

그는 앞선 시험에선 고전했다. 자신이 내정한 세 명의 상임위원장 후보 중 두 명만 살아남았다. 의원들은 “홍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상처가 났다”고 수군댔다.

한나라당 상임위원장 후보 경선이 벌어지던 오전 11시, 그는 또 다른 시험을 치르기 위해 원 구성 협상장에 있었다. 80여 일을 끌어오던 그의 협상력이 마지막 평가를 기다리는 자리였다. 오전, 오후 두 차례 협상에서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측에서도 “홍 원내대표가 줄 수 있는 만큼 다 내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오후 협상 직전 원내대표실에서 정부 측 인사와 통화하던 그가 “그러기에 애초부터 (쇠고기) 협상을 제대로 하지”란 고성을 내기도 했다. 정부 측은 협상 막바지까지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며 협상안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입장을 조율하던 그는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합의문에 사인했고, 결국 이날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됐다. 오전엔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지만 원 구성 협상 타결로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협상 타결 직후 의원총회장에 들어서는 그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파이팅”을 외치는 의원들도 있었다. 박희태 대표도 “홍 원내대표가 큰일을 했다”며 치켜세웠다. 홍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원혜영 “최선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결과”=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표정도 밝아졌다. 협상이 끝난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이 정도라도 정부와 여당의 독선을 견제한 것은 다행”이라며 “가장 중요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국회가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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