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과 친구 맺어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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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람들이 우리 사이트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꼈어요."

'장한모' 사이트 운영하는 여고생 황성희양

'장애인과 함께하는 청소년 모임(장함모.(www.janghammo.com))'은 장애 청소년과 비장애 청소년 회원 사이에 다리가 되어 주는 인터넷 사이트다. 22일은 이 사이트가 문을 연 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사이트 운영자인 황성희(18.서울 세화여고 3년)양은 이날 570여명의 '장함모' 가족에게 줄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사이트에 쌓인 글을 7개월 동안 손질해 문집 '우리 친구 할까요?(여백미디어)'를 펴낸 것이다.

'장함모'는 3년 전 당시 중학 3년생이던 성희양과 두살 많은 오빠(황성진)가 함께 장애인을 돌보는 학교 봉사활동을 하다가 의기 투합해 만들었다.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이 인터넷을 통해 또래 비장애인과 대화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1년 뒤 고3이 된 성진군은 수능 준비를 하느라 뒤로 물러났다. 그때부터 성희양은 홀로 사이트를 꾸려나갔다.

"공부를 마친 뒤 저녁 늦게 파김치가 돼 귀가하더라도 '장함모'에는 반드시 들렀어요. 사이트에 올라온 새 가족의 인사에 답하고, 다른 가족의 주문에 응해야 했기 때문이죠."

등교 전엔 밤 사이 얌체처럼 올린 광고들을 지워내거나 사이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했다.

그러는 사이 사이트에선 장애인과 비장애인들 사이에 우정이 흐르고 편견의 벽도 허물어졌다. 누군가 자기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이를 격려하고, 다시 이에 답하는 글들이 게시판 곳곳에 쌓여 4000건이 넘었다. 어떤 장애.비장애 짝은 친구가 된 뒤 66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e-메일과 전화로 우정을 나눈 이야기를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대학에 가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졸업 후에는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친구 맺기를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수능 준비에 여념이 없는 성희양의 포부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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