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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좋다] '미니골프+당구' 같은 게이트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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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하고 스틱에 맞은 빨간 공이 'ㄷ'자형 게이트를 향해 구르더니 게이트 30cm 앞의 흰 공에 맞는다.

빨간 공은 이명규(79)씨의 공이고, 흰 공은 상대방의 공이다. 한번 더 공을 때릴 자격을 얻은 이씨는 신중하게 스틱을 다시 잡아 게이트로 빨간 공을 통과시켰다. 1점이 추가된다.

쉽지만 만만치 않아 재미있는 게임. 언뜻 보면 미니골프 같기도 하고, 당구 비슷하기도 한 게임.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이트볼이 요즘 한창이다.

"전략을 짜고 스틱을 잡아 겨냥하면 손끝에 긴장감이 느껴지지. 공이 게이트를 통과하면 짜릿해."

팔순을 앞둔 이씨는 동갑내기 아내와 18년째 이 맛을 즐기며 산다.

"18년 전 고혈압으로 일주일 동안 죽다 살았다"는 부인 이순정씨는 곧바로 '무리하지 않는 운동' 게이트볼을 시작했다. "지금은 혈압이 쑥 내려가고 혈색도 좋아졌잖아요. 한나절 실컷 운동이 되고, 놀이도 돼요."

지난달 25일 부부는 게이트볼 동호인들의 월례 대회에 출전했다. 서울 뚝섬시민공원 게이트볼 전용구장에서 열린 대회에는 98개팀이 참가했다. 선수만 5백명이다. 12개 코트에서 벌어진 경기는 환호와 탄식의 연속이었다. 대회를 진행한 서울시 게이트볼연합회 사무국장 박동근(60)씨는 2급 지체장애인이다. 7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50세 때까지 목발을 짚고 다녔다. 하지만 게이트볼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이트볼을 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하루 만보 걷기를 절로 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4년째 즐기고 있다는 이덕규(54.양천구 목동)씨의 팀은 8강전에서 탈락했다. "점심 설거지를 마치면 동네 목마공원으로 나가요. 바람 쐬면서 친목을 쌓지요. 덕분에 치매도 예방하고 체력도 키우고…. 요새는 애들한테도 권해요."

전국게이트볼연합회에 등록된 회원은 20만명. 비회원까지 합치면 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지태현 서울시연합회장(74)은 "아직은 중년 이후 사람들이 주축이 되고 있지만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의 참여가 부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할아버지.할머니와 부모, 그리고 자녀가 함께 참가하는 '3세대 대회'도 매년 성황이다. 지역대회도 있고, 전국대회도 있다.

4년마다 세계대회도 열린다. 30여개 국에서 선발된 128개 팀이 겨룬다. 1998년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4회 대회가 열렸고, 2006년엔 제주도 서귀포시가 유치를 추진 중이다.

강혜란 기자<theother@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게이트볼 어떻게 게임하나

게이트볼은 1~10의 숫자 중 홀수가 적힌 빨간 공 5개를 가진 5명과 짝수가 적힌 흰 공 5개를 가진 5명이 팀을 나누어 30분 동안 많은 점수를 낸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가로 20m, 세로 15m 넓이의 코트에 ㄷ자형 게이트 세 개, 그리고 코트 한가운데에 골폴을 세운다. 선수들은 순서대로 자기편 공을 쳐(타격), 게이트 세개를 통과시키고 마지막으로 골폴을 맞힌다. 공이 게이트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1점이 주어지고, 마지막에 골폴을 맞히면 2점이 추가된다. 25점이 만점인 셈이다.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지역 게이트볼연합회 소재지를 알 수 있다. 무료 강좌가 마련돼 있어 쉽게 배울 수 있다. 회원 가입비 2만원과 연회비 2만원을 내면 연합회 주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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