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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레이니 주한美대사 연설 요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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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반세기동안 남북한관계와 미국의 대(對)한반도정책은 「억제(deterrence)」 원칙에 입각해 유지돼 왔다.억제는 반드시 군사력의 균형일 필요는 없지만 힘의 대략적 균형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면서 한반도 힘의 균형은 이전보다 불안정해졌다.소련이 붕괴되면서 북한은 주요 후원자겸 동맹국을 잃었고,러시아와 중국의 원조중단으로 북한은 급속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억제는 무력충돌을 방지할 수는 있지만 적대감 을 해소하거나 관계형성의 기반을 놓는데는 도움이 안된다.
적대감과 의심이 지배하는 분위기에서 의사소통이란 주로 「경고」다.그러나 경고의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 이상우리는 남북간 의사소통과 교류의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고,북한측에 군사적 선택보다 나은 선택이 있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한다. 4자회담 제의는 미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한반도의 미래는 우선적으로 한국인들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한.미 양국의 기본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한반도 안정을 위해서는 전쟁억제 상태를 넘어설 수 있는 긍정 적 관계의 틀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제네바 기본합의가 이 틀의 일부로,지금 틀만들기 공사가 진행중이다.그러한 과정에서 남북양측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중요한 점들을 충족시키는 임시합의나 부속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가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강하기 때문에 일부러 강하게 행동할 필요가 없다.약간의 현실적 자신감은 우리가 실제 상황을 보는데 방해되는심리적 장애물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정책이 한.미 양국에 이익이라면 그 정책을 추구해야 하며 만일 그것이 북한의 이익과도 합치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우리 모두의 이익은 북한에 경제지원을 해주고,긴장을 완화하며 남북간 포괄적인 교류관계가 있을 때 지켜질 수 있다.북한이 지금 탁자에 올라와 있는 제안을집어들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고,경쟁할 수도 있으며,심지어 번영까지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또 우리가 북한을 침략하거나 파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과남북한간 협상과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 어떤 방법에 의한 통일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억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안정을 도모하는 하나의 방법 일 뿐이다.오늘날 한반도 안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를 억제력 하나만 가지고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여기에 신뢰구축 조치와 협력을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추가되어야 한다.이것이 제주에서 양국 정상이 보낸 근본적 메시지였다.우리 는 북한지도자들이 이 메시지를 이해하고 수락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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