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부업'서 더 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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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농촌 주민들이 농사를 지어 번 돈은 1년 전보다 줄었지만 총 연간 소득은 늘었다. 농사 외의 일로 벌어들인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개방으로 농업 소득이 줄어든다 해도 다른 일자리를 늘리면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부채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농촌 살림은 여전히 빠듯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03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당 연소득은 2650만원으로 전년보다 8.4% 늘었다. 농가 소득 중 농업 소득은 1100만원으로 4% 줄었으나 농외 소득은 880만원으로 8% 늘었다.

정부가 농민들에게 주는 각종 보조금까지 합하면 농업 소득보다 나머지 소득이 4만원 많았다. 농사 외에 다른 일을 겸업하는 농가의 소득은 2900만원으로 전업 농가보다 500만원 정도 더 번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농가 소득 가운데 농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40.8%로 일본(14.5%)에 비해선 여전히 높았다. 농림부는 10년 후 농업 소득의 비중을 전체 소득의 30%대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소득 구조가 바뀌고는 있지만 농민들의 살림살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농가당 부채는 2700만원으로 소득보다 많았다. 1년 전에 비해선 3.5% 늘었고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있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네배로 증가했다. 농촌을 이끌어 갈 30~4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채 부담이 컸다.

부채가 많다 보니 실제 농민들이 쓸 수 있는 소득(처분 가능 소득)은 1년새 370여만원 줄었다. 또 농가 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소득의 75%에 불과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또 경작 규모가 작을수록 소득이 낮은 추세는 여전했다. 7ha(2만1000평) 이상을 경작하는 농가의 소득은 5000만원이 넘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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