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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경영 전념케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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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영학의 대부라는 미국의 한 석학은 세계경제가 현재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여기다 보험이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뜻밖의 사건으로 기업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이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하여 보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기업가가 잘못 되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기업경영 활동을 할 때만이 그에 대한 대가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기업과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우리의 생활이 윤택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요소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 우리가 잘살기 위해서는 기업가가 왕성히 활동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외형적으로 공장이 커지거나 근로자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적으로 탄탄해지는 것도 의미한다.

이것은 여유자금 등을 많이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상승시켜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사회 같이 기업에 영향과 손실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그런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가는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위험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위험관리는 체계적 절차를 거쳐 지속적으로 수행돼야 하는데 그 첫번째 단계는 위험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현재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기업에 대한 위험요소가 너무 많이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투자됐어야 할 돈 수백억, 수천억원이 정치인들의 손으로 흘러간 것에 대해 기업인이 조사받고 감옥엘 가고, 규제위주의 기업정책이 아직도 만연해 있고, 진보 우위의 정치권이 포퓰리즘적 성향으로 편향될 우려도 있을 것 같고, 노동조합이 힘을 얻어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 경제적인 요인들을 극복하는 것만도 버거운데 정치적.사회적 위험요소들이 기업하는 사람이나 투자하려는 사람들을 주춤거리게 만든다. 기업가정신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도 끝난 지금은 우리 모두 숨죽이고 처분만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회적 융화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 첫번째 방안으로 '기업 살리기'를 제안한다. 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이 살면 경기회복, 물가 안정, 실업문제 해소, 경쟁력 강화 같은 많은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

세계화된 지금 국가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가가 다른데 신경쓰지 않고 마음놓고 기업활동을 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우선 경제 외적인 위험요소들을 제거시켜 주기 위해 당국은 필요하다면 특단의 조처라도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경제 살리기와 기업 살리기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는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정치자금 수사를 조기에 종결해 기업인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자. 그랬는데도 기업인들이 여전히 구태의연한 자세를 취하면 그때 응징해도 된다. 또한 모든 근로자의 소망과 권리는 안정된 직장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로자의 대표들이 국회에 진출한 현 상황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나라의 국민이며 근로자인 우리 역시 보다 성숙된 자세로 시대적인 변화를 수용해 적응해 나가며 책임있는 경제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두철 상명대 교수 금융보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