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주전만 믿다가…여자농구 챔프전서 4연속 무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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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이 '한(恨) 맺힌 챔피언전'에 또 한번 한을 더했다.

우승을 목전에 두고 챔피언전에서 좌절한 것이 2002년 겨울리그 이후 연속 네번째다. 2002년 여름리그에서 현대에 졌고, 2003년 겨울과 여름리그에서는 우리은행에 연거푸 챔피언컵을 내줬다. 지난 21일에는 '만년 꼴찌팀'에서 급변한 금호생명에 정상을 뺏겼다.

삼성생명은 1998년 라피도컵 이후 네번의 챔피언전 우승과 여섯번의 정규리그 우승에 빛나는 국내 최고의 농구 명가(名家)다. 주전으로 뛴 이미선.박정은.김계령.변연하는 오는 8월 아테네 올림픽에서 뛸 국가대표 주전 선수들이다. 이런 초호화 멤버를 갖고 있으면서도 최근 네 시즌 연속 챔피언전에서 좌절한 이유가 뭘까.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시즌 다른 구단의 주전들은 40분 게임당 평균 30~35분을 뛰었지만 삼성은 37분이었다"며 "주전에게만 지나치게 의존, 챔피언전에 이르러서는 체력이 떨어진 탓"이라고 말했다. "주전 다섯명만으로 챔피언전을 이끌겠다"고 공언해 온 박인규 감독의 작전이 잘못이었음을 내부적으로도 인정한 것이다.

'국가대표 4인방'이 정규 리그 1위를 지키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개인기가 뛰어난 데다 6년 가까이 한 팀에서 손발을 맞춰온 그들이다.

그러나 챔피언전은 달랐다. 1차전에서는 승리를 따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졌다. 2, 3차전 후반, 선수들의 움직임이 떨어지더니 4차전에서는 3쿼터까지 3점슛을 하나도 넣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의 부진도 원인이다. 지난해 도입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제에 의해 정규 리그 1위인 삼성생명은 가장 마지막에 뽑을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전에서 금호생명은 디애나 잭슨이 평균 25.5득점, 타미 셔튼-브라운이 12득점을 올렸으나 삼성생명의 바바라 패리스는 8.5득점에 그쳤다. 2003년 겨울리그에서도 삼성생명은 우리은행의 '특급 용병' 타미카 캐칭의 맹활약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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