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뉴스] 타오자환자(討價還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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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에 ‘타오자환자(討價還價)’라는 말이 있다. 물건 값을 흥정해 가격을 깎는다는 뜻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들 사이에 이 말이 중국에서의 쇼핑 방법을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 잡고 있다. 베이징을 찾은 외국 관광객이 싸고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중국인들의 가격 흥정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고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도 점원들에게 ‘타오자환자’라는 말로 인사하고 쇼핑을 시작하는 정도가 됐다. 대부분 정찰제인 선진국 상점과 달리 중국에서는 상인과 고객들이 끊임없이 흥정해 가격을 결정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중국 신화통신과 홍콩 문회보(文匯報)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주말인 15일 베이징의 대표적 쇼핑 거리인 왕푸징(王府井)과 슈수이제(秀水街)에는 각각 수천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상인들과 가격을 흥정하며 쇼핑을 즐겼다.

뉴욕에서 올림픽 관광을 온 데이비드는 “베이징의 미국 친구에게서 쇼핑할 때 상인이 부른 가격을 절반으로 깎고 흥정을 시작하라고 해 시험해 봤는데 성공적이었다. 상인과 고객들이 서로 머리싸움을 해 가격이 결정되는 중국식 쇼핑문화가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와서 처음 배운 말이 인사말인 ‘니하오’ 이며 다음이 ‘타오자환자’였다고 덧붙였다.

호주의 은행가인 브라운은 상인이 30달러라고 부른 티셔츠를 ‘타오자환자’를 통해 단돈 2달러에 샀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아시아 최고 부자인 홍콩 청쿵(長江)실업 리카싱(李嘉誠) 회장이 왕푸징 거리에서 ‘타오자환자’ 쇼핑을 즐기다 그를 알아본 베이징 시민들이 몰려들자 서둘러 자리를 뜨기도 했다.

‘타오자환자’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이 아직 신용사회로 접어들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치열한 전술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는 중국 전통 상술에 뿌리를 둔 일종의 문화라는 것이다. 브라운은 “스릴은 있지만 상인들이 부른 가격과 판매가격이 최고 90%까지 차이가 나니까 물건을 싸게 사고도 바가지를 쓰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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