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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원도 안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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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세명의 인선 결과가 21일 공개되자 금융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당초 거론되던 '유력 인사'들의 이름은 간데없고 뜻밖의 인물들이 선정됐다.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성별.지역별 안배를 중시했고 민간 금융전문가 출신을 대거 등용해 정부 관료 출신이 나눠 먹던 자리라는 오명을 벗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금통위원 선정 기준으로 성별.지역별 안배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금융계의 평가다.

우리나라 통화신용 정책을 책임지는 금통위원이야말로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자리다.

신임 금통위원들이 자격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부적절한 선정 기준 때문에 자격이 충분한 인사가 획일적으로 선임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게 문제다.

지난주 금통위원 후보에 복수 추천된 한 인사는 추천기관에서 "당신은 출신지역 때문에 안된다. 아예 선임될 것으로 기대하지 마라"는 귀띔을 받았다.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게 절차일 수 있다. 지역안배라는 기준만으로 인선의 진통이 풀리지 않자 지난 주말에는 '재정경제부.한은 인사 배제' 원칙이 등장했다.

불합리한 인선 기준에 묶여 선임이 늦어지는 사이 금통위원 세명의 자리가 5일간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은 상대 쪽 인사를 대신 천거해 주는 '교차 추천'이란 편법을 동원했다.

신임 금통위원들은 나름대로 학식과 경륜을 쌓은 금융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금통위에 여성시대를 연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능력있는 인물을 뽑는다는 인사의 큰 원칙이 훼손된다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홍승일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