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 대학강사의 기대와 좌절 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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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명문대를 졸업,미국 명문 주립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S씨.
그는 38세의 대학강사다.항상 공부를 잘해 상도 많이 받았고대학원에서 정치학을 할 땐 국회의원감으로 가족의 기대도 모았다. 그런 그는 강의 세과목을 맡고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강사료로 아내와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책임져야 하는 숨가쁜 가장이다.미국유학의 정치학박사라는 신분 때문에 학원강사도 할 수없다.그래서 그는『박사학위를 반납하고 싶다』고 한다.
현직 대학강사들의 교육체험기를 모아 전국강사노동조합이 펴낸 『대학이여,우리는 희망없이 네 이름을 부를 수 없다』(삼신각刊)에서 S씨가 써내려간 내용중 일부다.
현재 전체 대학교원의 47%에 이르는 대학강사가 대학교육에서차지하는 비중은 강의 시간수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높다. 그러나 3만명에 달하는 이들의 법률적 지위는 교원이 아니라「일용 잡급직」.
그렇다고 이 책엔 이런 비애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현장에서 부닥치는 대학교육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로 신분이 보장된 교수들의 특권적 지위,강사들에게만 의존하는 지방대나 분교학생들에 대한 방기된 교육,교수임용과정에서의 비리,교육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통하지 않는 관료적 행정구조 등 이들의 생생한 체험담 은 어떤 건조한 통계수치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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