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개혁 역행하는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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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악용하려 들면 나쁜 제도가 된다.입시에따른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학생들의 인성과 적성을 고루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 종합생활기록부다.교육개혁의 핵심인이 종생부를 실시 첫해부터 악용하는 사례가 늘 고 있다.그것도개혁의 주체여야 할 학교현장이 앞장서고 있다니 개혁의 앞날이 결코 밝을 수 없다는 허탈감마저 든다.
지금까지 실시해온 15등급 내신제는 학생을 점수의 노예로 만드는 잘못된 교육의 주범이라는 게 학교현장의 목소리였다.이를 종래의 상대평가에서 성취기준의 절대평가로 바꾸고 봉사활동을 포함한 학생활동을 총체적으로 파악,입시자료로 삼자는 게 종생부 취지다. 그런데 중간시험을 앞둔 학교에서 학교장과 교사가 앞장서 예상문제를 돌리고 심지어 문제를 쉽게 출제하라는 방침까지 정한 곳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문제가 쉬워야 학생성적이올라가고 40% 입시에 반영되는 종생부기록이 좋아야 학 교 진학률이 높아진다는 계산에서 나온 비교육적 처사다.
아직은 일부 학교에 국한된 사례지만 방치하면 금방 전체 학교로 파급돼 개혁이전의 내신제 보다 훨씬 못한 교육황폐화 현상이일어날 것이다.교육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학교별 성적관리를철저히 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지시에만 그칠게 아니다.교육부는 문제의 성적올려주기를 한 학교를 철저히 조사해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감시와 조사 보다는 학교현장의 개혁의지다.아무리 개혁을 외쳐봤자 개혁 주체인 교사가 개혁과 거꾸로 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교사 스스로 종생부제 도입을 통해 잘못된 학교교육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교육을 바로 지키려는 교사집단의 의지없이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함을 교사 스스로가 인식하는게 더욱 절실하다.교육부도 개혁 한다고 현실보다 너무 앞서 가선 곤란하다.현실이 못따라가면 종생부의 입시반영률을 일단 낮추고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방안도 연구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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