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건국 60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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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광복 63년, 건국 60년이 되는 아침이다. 그 역사적 비중 앞에서 광복절이 맞니, 건국절이 맞니 하는 다툼은 옹졸하다. 광복은 노예의 족쇄에서 풀려난 해방의 기쁨으로, 건국은 우리 손으로 근대 국가를 세운 자긍심으로 함께 기려야 할 역사다.

일제의 갑작스러운 항복으로 도둑같이 찾아온 해방은 혼돈의 시작이었다. 준비 없이 맞은 해방은 분열과 갈등의 회오리였다. 그 와중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의 기틀을 잡은 것이 오늘로부터 꼭 60년 전인 1948년 8월 15일 건국이다. 단순한 ‘정부 수립의 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훌륭한 나라를 일으킨 날이라는 자긍심에서 건국이라 불러 마땅하다.

근대화에 성공한 60년의 역사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다는 성공신화는 과장된 수사(修辭)나 정파적 레토릭이 아니다. 객관적 사실이다.

경제성장은 쉽게 통계로 확인된다. 건국 60년간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은 746배, 수출은 1만6000배로 늘었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67달러(53년)에서 2만 달러가 됐다. 53년 당시 우리나라보다 두 배나 잘살았던 아프리카의 가나는 이제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30분의 1밖에 안 된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는 예산의 85%를 미국 원조에 의존했다. 미국의 원조 규모가 정해진 다음 우리 정부 예산을 짜야 했다.

민주화 역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 피기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나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모두 우리 손으로 일궈냈다. 그 기틀을 마련한 것이 건국이다. 그 정신은 제헌헌법에 명시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다. 전쟁과 혁명이란 격동의 세월 속에서 9번의 개헌을 거치면서도 그 정신과 염원은 지켜졌다. 그리고 60년 만에 대한민국은 고고의 일성으로 외쳤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의 성공신화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힘든 고비도 많았고 어두운 흔적도 적지 않다. 해방된 한반도는 냉전의 전초기지라는 불가항력의 운명에 휘둘렸다. 분단과 전쟁은 우리만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었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도덕과 윤리가 무시되던 시절도 있었다. 국가와 민족의 생존에 급급했던 아픈 기억들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60년 전 건국의 정신이 옳았고, 곡절에도 불구하고 근대화에 성공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60년을 신식민지와 분단, 독재와 종속과 같은 부정적 개념으로 해석하는 자학적 역사관을 벗어던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 성공한 역사를 가꿔온 주인공이라는 자부심, 그렇기에 앞으로 더욱 성공적인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는 8·15가 되어야 한다. 편협한 애국심이나 배타적 민족주의여선 안 된다. 경제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제적 영향력을 회복하고, 주변국을 설득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이뤄낼 수 있는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크게 외치면서, 밝은 마음으로 8·15를 되새겨보자.